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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패터슨’ 속 시인들
#페터슨 , #영화 , #시 , #시인

영화 패터슨속 시인들

 

 

 사진 1. 영화 <패터슨> 포스터 

 

 

하루는 모두에게 공평하다. 그 하루를 어떻게 채워갈지는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누군가는 하루가 짧다고 말하고, 또 다른 이는 지루한 하루에서 벗어나기를 갈망한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반복되는 일상에 염증을 느끼고, 탈출하고 싶은 일탈적 충동을 바란다.

 

여기, 갑갑한 일상을 떠나고 싶은 현대인의 마음에 물음표를 던지는 영화가 있다.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도 반복되는 일상이 없다는 걸 보여주는 영화 <패터슨(Paterson)>이다.

 

사진 2. 영화 <패터슨> 스틸컷

 

 

영화 <패터슨>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미국 뉴저지 주의 소도시인 패터슨에 사는 버스 운전사 패터슨의 일주일을 따라간다. 매일 비슷한 일상을 보내는 패터슨은 일을 마치면 집으로 와 아내와 저녁을 먹는다. 식사 후엔 애완견을 산책 시킬 겸 동네 바에 들러 맥주 한 잔을 마신다. 매일 같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그가 빼놓지 않는 건 비밀 노트에 시를 쓰는 일이다.

 

시를 쓰는 그에게는 하루의 모든 것이 영감이다. 성냥갑에서 영감을 얻고, 승객들의 대화에서 힌트를 찾고, 쏟아지지는 폭포를 바라보며 글을 정리하는 패터슨의 하루는 그것만으로 특별해진다.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그의 시를 이해하는 건 아내다. 그의 아내는 패터슨의 정적인 일상과는 달리 매일의 변화를 보여주는 동적인 인물이다. 패터슨과 성향은 다르지만 서로의 영역과 가치관을 존중하며 두 사람은 평화로운 일상을 영위한다.

  

 

사진 3. 영화 <패터슨> 스틸컷

 

 

패터슨에게 시는 하루하루 쌓인 삶의 흔적이다. 켜켜히 쌓은 그 흔적들을 지켜보는 관객은 그를 통해 시가 일상의 예술이 될 수 있음을 느낀다.

  

이러한 영화적 서사에 공감한 관객들은 이 영화에 좋은 평점을 줬다. 영화 <패터슨>2016년 개봉 후 인터넷 평점 포털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96%의 신선도를 기록했다. 영미권 평단과 매체가 선정하는 2016 베스트영화 톱10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또한 제 69회 칸영화제 경쟁부분에 올랐다. 비록 수상의 영예는 얻지 못했지만, 영미권 영화잡지인 스크린 데일리는 칸 영화제 경쟁 부분 경쟁작 21편 중 최고 평점을 받은 영화로 <패터슨>과 마렌 아데 감독의 <토니 어드만>을 선정했다.

 

 

 사진 4. 69회 칸 영화제 경쟁 부분에 초청된 짐 자무시 감독()과 주연 배우들

 

 

평범한 일주일에 대한 공감일까, 아니면 그 하루를 특별하게 만든 시적인 감성 때문일까. 관객과 평단의 호평에 <패터슨>을 만든 감독 짐 자무시는 한 인터뷰를 통해 영화의 서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은 간결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강렬한 드라마나 충돌, 액션이 포함되지 않은 그런 영화 말이다. ‘반복개념이 영화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는데, 나는 반복을 사랑한다. 더 정확히는 무엇인가 반복되는 가운데서 일어나는 변주에 흥미가 있다. <패터슨>을 구상하면서 이 영화의 구조를 일상의 메타포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우리가 사는 하루하루는 그 전날의 변주이지 않나.”

 

-씨네21 인터뷰 中

 

 

 

패터슨을 연기한 배우 아담 드라이버도 짐 자무시 감독의 시적인 감성에 이런 말을 보탰다.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이야기가 너무 간명하고 아름다워서 여기에 아무것도 더해서는 안된다고 느꼈다. 영화가 그걸 허락하지 않는 것 같았다. 내 방식에서 벗어나, 이 영화의 방식에 녹아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다. 이 영화에서 패터슨이 하는 일의 대부분은 다른 모든 사람의 말을 듣고, 그들을 관찰하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정말 용감한 일이다.”

 

-중앙일보 인터뷰 中

 

 

사진 5. 영화 <패터슨> 스틸컷 

 

 

패터슨 시()를 품은 詩

 

영화의 배경이 되는 패터슨은 뉴욕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소도시다. 뉴욕과 무척 가깝지만 아무도 이곳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은 점이 흥미로웠다고 짐 자무시 감독은 말한다 

 

인구 약 15만의 도시지만 이 도시가 만들어 낸 이야기 요소는 엄청나다. 그 도시에서 살았던 인물들의 존재감이 평범한 도시를 환상적 공간으로 재탄생 시켰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도 패터슨과 관련된 다양한 인물들이 언급된다.  

 

사진 6. 시인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그 중에서도 영화의 모티브가 된 시인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William Carlos Williams)를 빼놓을 수 없다. 미국 뉴저지주 패터슨을 기반으로 활동한 시인인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는 과장된 상징주의를 배제하고, 순간의 포착과 관찰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시를 연설이나 설명이 아닌 표현으로 보았기 때문에 그는 객관주의 시인이라 불렸다. 그의 시는 투철한 현실 인식과 인간미로 해체된 세계에 시적 통일을 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5부작 시집인 <패터슨>은 일상의 언어를 장대한 서사시로 엮어낸 작품이다. 또 다른 시집인 <브뢰겔의 그림, 기타>으로 윌리엄스는 1963년 퓰리처 상을 수상했다.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는 영국 낭만적 방식으로 시를 썼다. 1913년 두번째 작품 <기질>을 런던에서 출판했다. 이후 몇 년 동안 시를 비롯해 단편소설, 장편소설, 에세이, 자서전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썼다. 그러다 1946년 서사시 <패터슨> 1권을 발표했다. 이후 1948, 1949, 1951, 1958년까지 연속적으로 <패터슨> 시리즈를 출간했다. <패터슨> 시리즈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듯 윌리엄스는 죽기 전까지 <패터슨> 6권을 쓰고 있었다고 한다.

 

 

사진 7 .1946년부터 1958년까지 출간된 시집 <패터슨> 시리즈 

 

 

관념이 아닌 사물로 말하기

 

윌리엄스는 관념이 아닌 사물로 말하라(Say it, no ideas but in things)’를 창작 모토로 삼았다.  그의 시는 일상적인 미국어로, 과장없이 일상 생활의 주변 사물을 그대로 그려냈다. 독자들이 시 속에 녹아있는 현실의 아름다움을 보길 원했기 때문이다. 평범하고 일상적일 것 같지만 그의 시는 다양하게 해석된다. 일상적 언어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힘은 상상력에 있다. 윌리엄스는 상상을 통해 사물을 견고하고 독립적인 존재로 강조하고, 그 표면을 주의 깊고 정확하게 인식하려고 노력했다. 윌리엄스는 상상력에 대해 지상의 모든 것을 소멸시키고 세계를 새롭게 만드는 능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위대한 숫자

 

빗줄기와

불빛 사이로

숫자 5 보았네

빨간

불자동차에

금색으로 씌어져

거들떠보지 않아도

미친 듯

달려가며

벨은 땡땡떙

싸이렌은 위이잉

덜컹대는 바퀴로

까만 도시 뚫고 갔지.

 

 -미국 대표 시선집 <가지 않은 길> (창비, 2014)

 

 

위대한 숫자는 윌리엄스가 뉴욕에 있는 친구 집을 방문했다가 갑자기 마주친 소방차를 보고 영감을 얻어 쓰여졌다고 한다. 소방차에 쓰인 금색 숫자 5가 그에게 영감이 된 것이다. 긴급히 현장으로 출동하는 소방차의 번호를 다른 어떤 숫자들보다 위대한다고 표현한 윌리엄스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다름 아니라(This is to say)

 

내가 먹어 버렸어

그 자두

아이스박스

속에 있던 것

아마 당신이

아침에 먹으려고

남겨 둔

것이었을 텐데

미안해

하지만 맛있었어

얼마나 달고

시원하던지  

 

 

다름 아니라라고 번역된 이 시는 영화에서 주인공 패터슨이 가장 좋아하는 시로 소개된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평범한 일상에서의 경험을 압축적 언어로 표현한 윌리엄스의 시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패터슨속 시인들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외에도 영화 <패터슨> 속에는 다양한 시인들이 언급된다.

 

 

사진 8. 시인 프랭크 오하라

 

 

프랭크 오하라(Frank O’Hara)는 짐 자무시 감독이 아끼는 시인 중 한명이다. 재즈, 초현실주의, 추상적 표현주의, 액션 페인팅 및 현대 전위 예술 운동에서 영감을 얻은 비공식적 예술가 그룹인 뉴욕 시파의 대표 인물이기도 하다.

 

 

마야코프스키

 

네 곁에 있으면 나는 인생이 강렬하다고 느끼고

그것의 적과 나의 적과

네 안의 너의 적과 내 적들을 물리칠 거라 느끼고

병든 논리와 허약한 근거들을 치유하는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너의 팔과 다리가

영원한 원을 만들며 뻗어나가

대서양 옆에 황금빛 기둥을 세우고

  

-프랭크 오하라 시 선집 中  

 

마야코프스키는 프랭크 오하라가 거트루트 스타인에게 바친 시다. 작품 대부분을 자신의 삶에 대한 기록으로 남겨 놓은 오하라의 시는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의 영향을 받았다. 그의 시는 일상 언어와 간단한 진술을 불규칙한 간격으로 나눠 사용하는 게 특징이다. 짐 자무시 감독은 뉴욕 현대미술관의 큐레이터로 일하며 점심시간 등 틈틈이 시를 쓴 오하라의 삶에서 영감을 얻어 패터슨 캐릭터를 완성했다. 버스 운전기사이자 시인인 패터슨의 일상을 통해 이런 예술가들의 삶에 헌사를 한 셈이다.

  

 

사진 9. 시인 론 파젯 

 

 

뉴욕 시파의 일원인 론 파젯(Ron Padgett)도 빼놓을 수 없다. 극 중 패터슨이 쓰는 시는 모두 론 파젯의 시를 인용한 것이다. 짐 자무시 감독과 친구 사이인 론 파젯은 영화 속에 시를 인용하겠다는 감독의 요청을 거절했다. 하지만 영화 대본을 읽은 후 마음이 달라졌다고 한다. PBS NewsHour 와의 인터뷰에서 파젯은 “(대본을 읽은 후) 내가 일시적으로 상상해왔던 세계로 떨어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다양한 사람들이 평온한 일상을 이어가는 패터슨. 그곳에서 자신만의 시를 쓰고, 고치는 패터슨의 삶. 단조로워 보이는 그의 일상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소박한 삶의 행복을 보여주는 건 아니었을까?   

 

 

 

- 자료 출처 -

*사이트

영화 <패터슨>
http://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02838
아카데미가 놓친 명작 <패터슨>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86487
영화 ‘패터슨’의 짐 자무시 감독이 사랑한 시인들
http://news.joins.com/article/22236223
칸에서 히트친 영화, 한국 개봉은 언제?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_m.aspx?CNTN_CD=A0002216131#cb
<패터슨> 짐 자무시 감독 인터뷰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84247
평범한 하루를 시로 완성하는 버스 기사 ‘패터슨’ 아담 드라이버
http://news.joins.com/article/22205648
위키백과 패터슨(뉴저지 주)
https://ko.wikipedia.org/wiki/%ED%8C%A8%ED%84%B0%EC%8A%A8_(%EB%89%B4%EC%A0%80%EC%A7%80_%EC%A3%BC)
일상은 예술이 되고, 예술은 일상이 된다
http://www.sfac.or.kr/munhwaplusseoul/html/view.asp?PubDate=201801&CateMasterCd=600&CateSubCd=1519
위키백과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https://ko.wikipedia.org/wiki/%EC%9C%8C%EB%A6%AC%EC%97%84_%EC%B9%B4%EB%A5%BC%EB%A1%9C%EC%8A%A4_%EC%9C%8C%EB%A6%AC%EC%97%84%EC%8A%A4
창비 블로그
http://blog.changbi.com/221176174335
위키백과 프랭크 오하라
https://en.wikipedia.org/wiki/Frank_O%27Hara
프랭크 오하라 시 선집
http://www.gqkorea.co.kr/2014/11/27/%ED%94%84%EB%9E%AD%ED%81%AC-%EC%98%A4%ED%95%98%EB%9D%BC-%EC%8B%9C-%EC%84%A0%EC%A7%91/
For the film 'Paterson,' poet Ron Padgett wrote four original poems - PBS
https://www.pbs.org/newshour/arts/poetry/film-paterson-poet-ron-padgett-wrote-four-original-poe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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