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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사람도 시원해진다! 당찬 며느리들의 속사포
#시집 , #결혼 , #시월드 , #며느리 , #가족 , #여성 ,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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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사람도 시원해진다! 당찬 며느리들의 속사포

 

 

최근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이슈였습니다.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며느리와 시댁 식구들, 남편의 모습은 낯설지 않은 우리네의 풍경이었지만 마음 한 편으로는 답답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그 답답함은 가정 불화로 이어질까 차마 표현하지 못했던 며느리들의 고충을 시청자의 눈으로 확인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 모습은 집안에 며느리를 들이면 살림을 도맡아 하고 효도하길 바라는 유교문화가 남아있는 우리나라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고부갈등의 단면이었습니다.

정답 없는 갈등으로 답답한 며느리가 있다면, 반대로 속 시원하게 갈등과 부딪히는 며느리들도 있습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잠깐 얼굴을 붉히더라도 갈등을 피하는 대신 부딪히며 당당하게 살아가는 며느리들의 이야기입니다. 영주 작가의 <며느리 사표>, 박은지 작가의 <제가 알아서 할게요>, 도란 작가의 <여자 친구가 아닌 아내로 산다는 것> 세 작품 속 며느리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읽으며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보겠습니다.

23년차 며느리의 고백 <며느리 사표>

23년 전 대가족 장남의 아내로 결혼생활을 시작한 여성이 있습니다. 장녀로 태어나 ‘착해야 사랑받는다’고 여기며 성장했고, 연애 시절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만날 정도로 사랑했던 사람과 결혼했으니 젊은 시절 그녀는 스스로 ‘잘 살고 있다’고 안도했는지 모릅니다.

이 여성은 시댁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고 매일 새벽 5시부터 음식을 준비하고 수많은 손님을 맞이하는 며느리 생활을 시작합니다. 그 와중에 자신을 그토록 사랑했던 남편은 자기 시간을 보내느라 바빴습니다. 그녀는 며느리이자 아내로, 엄마로 사느라 늘 희생하고 인내했습니다. 세 가지 역할을 해내는 동안 그녀 자신의 이름과 신발은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결국 명절을 이틀 앞 둔 어느 날, 그녀는 시부모님에게 준비해온 ‘며느리 사표’라고 쓴 봉투를 내밀었습니다. 
 


그림 1. 영주 작가의 <며느리 사표>

 

 

소설 같은 이야기지만 이것은 영주 작가가 겪은 이야기입니다. 며느리 사표를 제출한 이후 혁명에 가까운 삶을 살게 된 영주 작가의 에세이 <며느리 사표>에 담긴 생생한 기록입니다.

“죄송합니다, 며느리 역할을 그만두겠습니다.“
명절을 이틀 앞둔 날 저녁이었다. ‘며느리 사표’라고 쓴 봉투를 들고 시부모님을 찾아갔다.
아버님은 이리저리 봉투를 열어 살피셨다.
“이게 무엇이냐?”
“죄송합니다. 맏며느리 역할을 그만두겠습니다.”
아버님은 잠시 할 말을 잊으신 듯 가만히 계셨다.
그렇게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아버님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부모님께 이런 말을 하려면 얼마나 많은 고민과 단단한 각오가 필요할까요? 23년 전 결혼했으니 지금의 결혼문화보다 더욱 경직되고 보수적인 시대였을 겁니다. 그 시절의 가부장제 문화는 너무나 당연한듯 보였고, 며느리에게 유독 부당한 환경임에도 늘 인내해야 하는 쪽은 며느리였습니다. 영주 작가는 나약하다고 믿었던 자신이 부당한 의무에 목소리를 내기까지의 과정, 이후 독립해 살아가는 여정을 글 속에 진솔하게 담아냅니다.

 

“주부가 밥을 하지 않으면 세상이 어떻게 되는 줄 알았다. 큰 벌이라도 받는 줄 알았다. 그런데 1년이나 밥을 안 해도 벌을 받지도, 하늘이 무너지지도 않았다. ‘이래도 되는구나.’
‘주부는 반드시 이래야 한다’는 것에 묶여 있을 땐 마치 천벌이라도 받는 양, 금기라도 어기는 양 죄책감을 느꼈다. 주부가 그래도 된다는 것, 밥을 안 할 수 있다는 것에 자유와 홀가분함을 느꼈다. ‘무엇이든 내가 하고 싶을 때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평화를 가져다 준다.”

“남편을 만났을 때 24시간 함께 있고 싶어서 결혼을 했다. 내 전부가 이 남자와 함께 움직이고 싶었다. ‘이 남자 없으면 못 살겠어.’ 했는데 결혼하고 나니 ‘이 남자 때문에 못 살겠어.’ 하게 되었다. 남편에 대한 기대와 환상으로 했기 때문이다. 남편과 함께 있을 때만이 행복한 줄 알았다. 나 자신과 행복을 남편에게 의탁했다. 부부는 모든 것을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은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림 2. <며느리 사표>의 저자 영주 작가

 

 

현재 영주 작가는 부모교육 강사를 시작으로 ‘가족꿈심리작업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꿈 작업 강의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자신의 일’을 찾았고, 더 이상 가족을 위해 희생을 당연시하지 않는 삶을 찾았습니다. 이 결과를 얻기까지의 5년여의 여정이 담긴 <며느리 사표>는 저마다의 독립을 응원하고 힘을 북돋워주는 책입니다.

당찬 며느리의 파워 거절 <제가 알아서 할게요>

 

 

학교와 직장에 다니며 우리는 수많은 참견을 겪습니다. 취직은 어떻게 할 거냐, 시집갈 때 되지 않았냐, 살 좀 빼라, 아기 계획은 어떻게 되냐 등등 주변의 관심이 무례하고 불편하게 느껴질 때 그저 한 번 꾹 참으면 불편하지 않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 꾹 참아내는 자신은 정작 편치 않습니다.

이처럼 고구마 백 개쯤 먹은 것처럼 답답한 경험이 있다면 박은지 작가의 <제가 알아서 할게요>를 살짝 추천해 봅니다. 책 속 박은지 작가는 이른 나이에 결혼해 며느리가 됐지만 굳이 ‘애교 있는’ 며느리가 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합니다. 타인이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과 참견에 박은지 작가는 ‘필요하다면 갈등을 피하지 않겠다’며 당당하게 자신을 지켜 나갑니다.
 


그림 3. 박은지 작가의 <제가 알아서 할게요>

““운전 못하면 집에 가서 밥이나 해!”라는 말에 화가 나는 건, 밥하는 것이 여자의 일이라는 전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면 밥하는 일을 가치 없는 것으로 낮춰 보기 때문이다.”

“몇 번의 명절을 보내고 나서, 나는 시집살이와 상관없이 결혼 후 명절이 싫어지는 이유를 조금은 알게 되었다. 몸이 힘들어서가 아니다.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있다는 걸 1년 중에 가장 강렬하게 느끼는 날이 바로 명절이기 때문이었다.
가족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가족의 테두리 속에서 나는 그냥 ‘며느리’였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인지는 중요하지 않았고, 그저 남편(혹은 시댁) 내조만 잘하면 되는 사람이었다. 누군가 특별히 나에게 일을 시키지 않아도, 나는 어쩔 수 없이 며느리라는 잣대로 평가됐다. 며느리가 전을 부쳐야 하는데 아직 처음이라 봐주는 것이고, 친정에 안 보내도 되는데 배려해준다는 ‘시혜’를 감사해야만 했다.”
 


그림 4. 박은지 작가의 <제가 알아서 할게요> 중

읽기만 해도 속이 갑갑해 지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아주 생소한 이야기도 아닙니다. 우리 곁의 며느리들이, 혹은 그 주변 가족들이 흔하게 듣고 겪어온 일들일 뿐입니다. 그래서 박은지 작가는 아니다 싶은 순간들에 분위기가 나빠질까 봐 참는 대신 “제가 알아서 할게요”라고 말하는 방법을 터득하라고 일러줍니다. 참고 참으면 상처받는 건 소중한 자신 뿐이니까요.

 

 

‘나’보다 소중한 사람은 없다 <여자 친구가 아닌 아내로 산다는 것>

결혼과 동시에 아내, 주부, 유부녀가 된다는 것은 행복한 삶의 2막이면서 책임과 어려움이 동시에 몰려온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맞벌이 부부임에도 며느리가 살림을 도맡아 하길 원하는 어른들의 요구, 효도를 기대하는 어른들의 시선에 결혼생활은 늘 즐겁게 흐르지 만은 않습니다. 4년차 주부인 도란 작가는 에세이 <여자 친구가 아닌 아내로 산다는 것>에서 며느리로서 느끼는 불편과 괴리감을 거침없이 털어놓습니다. 
 


그림 5. 도란 작가의 <여자 친구가 아닌 아내로 산다는 것>

“친정은 내가 살던 집이니 당연히 모든 물건이 나와 내 가족에게 익숙하다. 그런 곳에서 남편에게 일을 권유하고 싶지 않았고, 익숙한 사람이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다시 말해 친정에서도 나는 여자라서 일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시가의 분위기는 달랐다. 여자니까, 며느리니까 너무나 당연히 결혼 후 부엌에 들어가서 일을 해야 한다고 여기시는 것 같았다. 반대로 결혼 후 사위가 부엌에 들어가서 일하는 것은 조금도 당연해 보이지 않았다."

시가족과의 모임에서 며느리만 불러내 과일 준비를 시키는 시어머니에의 모습은 누군가에게는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시부모와 며느리들이 그렇게 생활해왔으니까요. 하지만 여성들이 주방에 들어가 일하는 동안 남성들이 거실에서 담소를 나누는 풍경은 차별이 분명합니다. 책 속에서 도란 작가는 시어머니의 불호령에도 꿋꿋하게 남편과 함께 과일 준비를 하며 차별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런 가운데 다정할 줄만 알았던 친정이 가끔 불편한 때도 있습니다.

 

지난 명절, 친척 한 분이 프리랜서로 일한다는 내게 말씀하셨다.
“집에서 일한다고? 그럼 거의 노는 거네. 남편 아침밥이나 잘 챙겨.”
“출퇴근 안 하면 노는 거야. 남편한테 잘해.”
“너 그렇게 편히 살면서 밥상 차릴 때 반찬은 몇 가지나 올리니?”
다시는 그 분과 긴 이야기를 주고받고 싶지 않을 정도로 몹시 화가 났다.

 

“친구들은 다들 명절에 친정에 가는 순간을 학수고대한다던데, 나는 친정의 명절이 그리 편하지 만은 않다. 친정 식구들과 친척들을 만나면 우리 계획에 있지도 않은 출산의 강요로 시작해서 살림에 관한 잔소리와 가르침이 숨 막히게 했다. 나이 드신 어르신들께서 ‘아이를 낳아 시부모께 안겨 드리는 게 며느리의 도리’라고 훈계하실 때면 내가 마치 생식과 번식의 도구로 보이는 것 같아 소름이 끼쳤다.”

출산과 양육을 며느리와 딸에게 거침없이 권장하고 훈계하는 모습은 시가와 친정 관계없이 어른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되고, 자식을 너끈히 키워내야만 훌륭한 아내이자 어른은 아닐 겁니다. 남편의 아침밥을 챙기면 좋은 아내, 그렇지 않으면 부족한 아내라는 이분법의 편견도 버려야 할 것입니다. 그런 선입견과 강요에 맞벌이하는 아내들은 언제나 고달플 수밖에 없음을 도란 작가는 허심탄회하게 털어 놓습니다. 
 


그림 6. 도란 작가의 <여자 친구가 아닌 아내로 산다는 것>

 

 

4년째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도란 작가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보여주며 고단하고 바람 잘 날 없는 며느리생활이지만 결혼 이전부터 쌓아온 ‘나’라는 자아를 놓지 말자고 거듭 표현합니다. 즐거운 결혼생활의 이면에 담긴 억울하고 불편한 며느리생활 가운데 세상 누구보다도 소중한 자신을 잃지 말자는 단호한 메시지입니다.

최근 들어 며느리들의 솔직한 에세이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고부갈등이 유난하고 유교적 문화가 잔존하는 우리 문화의 영향 때문일 겁니다. 진정한 가족이 되고 싶다면 대접받고, 군림하는 어른이 아니라 자녀의 배우자를 동등한 사람으로 대해야 합니다. 자녀의 배우자 역시 내 부모와 다르지 않은 소중한 어른으로 상대의 부모를 대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차근차근 서로를 존중하며 살면 지금 이 며느리들의 속사포가 먼 옛날의 추억이 되는 날도 있을 거라 믿습니다.

 

 

 

 

 

 

 

- 자료 출처 -

*서적

며느리 사표, 영주, 2018년, 사이행성
제가 알아서 할게요, 박은지, 2018년, 상상출판
여자 친구가 아닌 아내로 산다는 것, 도란, 2018년, 토실이하늘

 

 

 

- 이미지 출처 -

그림 1. 영주 작가의 <며느리 사표> - 사이행성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saiplanet/photos/a.1676077526005504/2053739811572605/?type=3&theater
그림 2. <며느리 사표>의 저자 영주 작가 – 채널예스 포스트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3836267&memberNo=1101&vType=VERTICAL
그림 3, 4. 박은지 작가의 <제가 알아서 할게요> - 상상출판 홈페이지
http://www.esangsang.co.kr/sangsang/sub/bookcontent.asp?num=335&cate1=%BF%A1%BC%BC%C0%CC&cate2=
그림 5. 도란 작가의 <여자 친구가 아닌 아내로 산다는 것> - 토실이하늘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p/Bk33XnbB7yR/?hl=ko&taken-by=tosilysky
그림 6. 도란 작가의 <여자 친구가 아닌 아내로 산다는 것>- 500days_of_summer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500days_of_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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