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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책장, 멕시코 바스콘셀로스 도서관
#바스콘셀로스 , #도서관 , #멕시코

하늘을 나는 책장, 멕시코 바스콘셀로스 도서관

 

 

책을 향해 내리꽂혀야 할 시선이 하늘을 향합니다. 숨 죽여야 하지만 저도 모르게 ‘와-’ 하고 탄성이 새어나옵니다. 수십만 권의 책을 간직한 책장들이 마치 우주를 부유하는 듯 사람들의 머리 위에 떠있습니다. ‘인터스텔라 도서관’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곳. 멕시코의 ‘바스콘셀로스(Vasconcelos) 도서관’입니다.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에 자리한 이 지구 안의 ‘행성’은 ‘세계 10대 중요하고도 아름다운 도서관’ 리스트에 오를 정도로 거대한 규모와 독특한 디자인으로 전 세계 방문객을 사로잡습니다.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약 58만 권의 엄청난 수의 장서를 싣고 공중에 매달린 책장입니다. 통유리로 된 도서관 벽을 통해 들어온 빛은 큐브형으로 얽혀있는 책장들 사이사이로 틈입하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합니다. 책장들과 함께 도서관을 비행하는 거대한 고래 골격은 이곳의 마스코트. 영화에서 본 듯한 무중력의 우주를 떠올리게 하는 이곳이 왜 인터스텔라 도서관으로 불리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사진 1.하늘을 나는 책장바스콘셀로드 도서관 내부 전경

  

 

국제적으로도 명성을 얻고 있는 멕시코 건축가 알베르토 칼라치(Alberto Kalach, 1960~)가 설계한 이 도서관은 세계에서 가장 난해한 구조를 자랑하는 도서관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12 5제곱피트( 1 1 6백여제곱미터)넓이로이루어진내부는하루에 15,000명의방문자와 1,500권의 책을 보유할 있는 넓은 공간을 갖추고 있습니다. 건물은 계단으로 이어져 여러 층으로 구분되지만 천장은 없어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멕시코 국민은 1년에 평균 권의 책을 읽으며, 여타 도서관의 방문자 수는 하루 25명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멕시코 정부가 바스콘셀로스 도서관을 짓는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짐작할 있습니다. 도서관이 건립될 당시 예산과 관리 비용 등의 문제를 제기하는 여론이 있었지만 바스콘셀로스는 세계 도서관 역사의 아이콘이 되어 세계적인 관광명소로서의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다만 서가가 워낙 탓에 책이 꽂혀있지 않은 공간이 많은 점은 다소 아쉬웠습니다.

 

 

사진 2. 공중에 떠 있는 강철 책장과 고래 골격을 형상화한 조형물은 도서관의 트레이드 마크다.

 

 

본격적으로 하늘을 나는 책장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직접 서가 곳곳을 탐색해보았습니다. 건물 외벽 전체가 통유리로 되어 있는 데다가 서가 간에도 벽이 없이 사방이 뚫려 있어 어디서나 탁 트인 전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바닥 역시 반투명 유리로 되어있는 탓에 조심스레 걷게 되는데, 이는 공중에 떠 있는 책장과 더불어 아찔한 긴장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인터스텔라 도서관이라는 별명을 떠올려 볼 때, 우주인들이 지구 밖 무중력의 행성 위를 살금살금 걷듯 방문자들이 비슷한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연출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높은 곳에 올라가보니 지붕 보에 연결된 아주 두꺼운 연접봉이 책장들을 지탱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지지대와 책장이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강철 소재로 된 덕분이라고 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지 보는 내내 입을 다물기 어려웠습니다.

 

 

사진 3. 강철 소재로 된 책장은 천장에 매달려 있으면서도 1500만 권의 책을 실을 수 있다.

 

 

칼라치는 자신의 이 작품을 ‘책을 실은 방주’라고 표현했습니다. 이 주제는 멕시코의 현대미술가가브리엘 오로즈코(Gabriel Orozco, 1962~)의 고래 골격 작품 발레나’(고래)에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사실 서가를 허공에 띄우는 것은 건축학적으로 매우 비합리적인 방식입니다. 당연히 지면에 두는 것이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것이죠. 하지만 건축은 예술이고, 상식을 뒤엎음으로써 세상의 지평을 넓혀가는 것이 예술의 의의일 겁니다. 그런 점에서 방주에 실린 책들이 자유롭게 여행하며 많은 사람들의 마음과 머리를 풍요롭게 해주길 바라는 바람을 칼라치가 건축학적으로 구현해냄으로써 독보적인 아우라와 황홀경을 선사하는 도서관이 탄생한 게 아닐까요.

 

건물 외벽을 따라 네모나게 크게 둘러쳐 있는 책상 안 켠에 잠시 자리를 잡고 앉아 보았습니다. 사방의 통유리로 들어오는 따사로운 햇살이 편히 책을 읽으라며 긴장을 풀어주는 다독임처럼 느껴지더군요. 머리 위로 둥실 떠 있는 책 속의 지혜가 내 안으로 모두 빨려 들어오면 좋겠다는 엉뚱한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방문했을 당시에는 1층에서 전 세계 유명 만화를 전시하는 기획전도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아시아 작품에 관심이 많다는 멕시코 청년이 말을 걸어오기도 했습니다. 창의적인 공간은 창의적인 생각과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합니다.

 

 

사진 4. 방문 당시 도서관 1층에서는 아시아 등 세계 유명 만화를 전시하고 있었다.

 

 

한편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의 나무로 된 책장이 익숙해서인지 강철 소재로 된 책장이 다소 어색하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동행한 건축학도 지인에 따르면 건축 자재를 그대로 드러내고, 굳이 매끈하게 마감처리를 하지 않는 것이 요즘 유행하는 건축 방식이라고 하더군요. 실제로 이는 칼라치가 도서관을 설계할 당시 현대 건축의 아버지로 불리는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의 영향을 받은 결과라고 합니다. 그는 아파트와 같이 효율성을 중시하는 현대의 도심 속 공동주택을 고안해 낸 인물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건축 재료는 건물의 구성체이면서 마감재가 될 수 있는 재료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죠. 

 

콘크리트로 된 건물 주변을 하나의 거대한 식물원과 같이 조성함으로써 인공물과 자연을 조화시킨 것도, 지하철 역과 도서관을 바로 연결하는 도시계획도 코르뷔지에로부터 얻은 아이디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진 5. 도서관 주변은 168종의 식물이 서식하는 거대한 정원으로 꾸려져 있다.

 

 

멕시코시티는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들에 속하는데 이는 동시에 심각한 오염을 발생하게 했습니다. 도서관은 본래의 용도 외에 도시의 생태 재생이라는 특수한 목적으로 메마른 불모지에 아름다운 풍경을 끌어왔습니다. 여기에는 공공 자금으로 조성되는 건물은 언제나 차 없는 열린 공간과 녹지의 확장을 장려해야 한다는 칼라치의 신념이 반영되었죠.

 

도서관을 둘러싼 26천 제곱 미터의 정원에는 168종의 6만여 식물이 서식합니다. 심지어 건물 지붕까지도 초목으로 뒤덮여있어 자연스럽게 빛을 흡수하고 환기하는 역할을 합니다. 도서관이 거대한 녹지로 탄생하면서 주변지역의 환경 정화로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게 된 겁니다.

 

또한 바스콘셀로스 도서관은 멕시코시티의 북쪽 부에나비스타역 바로 옆에 위치해 있습니다. 역을 이용하는 유동인구가 자연스럽게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도록 한 것이죠. 멕시코시티를 여행하면서 잘 발달된 지하철 덕택을 많이 보았는데, 도서관 역시 아주 쉽게 찾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부에나비스타역은 정말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도서관 안으로 들어가면 완벽히 소음이 차단되어 책을 읽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사진 6. 멕시코 교육 혁명의 상징 호세 바스콘셀로스. 도서관은 그를 기리기 위해 지어졌다.

 

 

도서관의 이름은 멕시코 교육 혁명의 상징인 호세 바스콘셀로스(José Vasconcelos, 1882~1959)에서 따온 것입니다. 멕시코 정부는 국립도서관장과 문화교육부 장관을 역임한 그를 기리기 위해 2006년 이 도서관을 설립했습니다.

 

바스콘셀로스는 문교부 장관 시절 전 국민에게 기초적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기본정책으로 삼았습니다. 이를 위해 전국에 학교 2000, 도서관 1000곳을 짓습니다. 지금도 세계적인 인기와 명성을 누리고 있는 멕시코의 대표 화가 프리다 칼로(Frida Khalo, 1907-1954)가 당시 최고 엘리트 코스의 관문이던 멕시코국립예비학교에 입학한 것은 바스콘셀로스 덕분입니다. 그는 이전까지는 금지되었던 여학생의 예비학교 입학을 허용했고, 칼로가 첫 수혜자였던 겁니다.

 

 

사진 7.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 그는 모든 국민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던 바스콘셀로스 덕에 여성 최초로 멕시코국립예비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다.

 

 

바스콘셀로스의 또 하나의 중요한 과업은 멕시코 혁명 정신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이었습니다. 20세기 초에 일어난 멕시코 혁명은 400년간의 스페인 식민치하에서 벗어난 뒤에도 제국의 자본지배, 대지주들의 횡포, 30여 년간의 독재와 인종차별 등으로 신음하던 민중들이 일으킨 중대한 역사적 사건입니다.  

새로운 역사상을 대중에게 보여주기 위한 일환으로 시작된 벽화운동은 그의 대표적 업적입니다. 그는 국민들이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벽화를 통해 멕시코 역사를 알리고, 예술적인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자극함으로써 세계 최악의 치안과 문맹률을 보이던 멕시코에서 민중을 일으키고자 했습니다.

 

 

사진 8. 도서관 가는 길에 늘어선 벽화 거리. 바스콘셀로스는 벽화를 통해 국민들의 역사, 문화 의식을 고취하고자 했다.

 

 

바스콘셀로스 도서관을 가는 길에도 건물 벽면을 장식한 거대한 벽화들이 한동안 시선을 잡아끌었습니다. 누구나 그릴 수 있게 한 덕에 멕시코 어디를 가더라도 벽화는 쉽게 볼 수 있지만 이곳의 벽화는 거대한 스케일, 화려한 색감, 고유한 화풍, 인물 중심의 강렬한 이미지로 발걸음을 붙잡았습니다. 특히 초록의 식물들과 어울려 원색의 그림들이 더 돋보이는 듯했습니다. 주변 녹지와 함께 이 벽화 거리는 도서관을 찾는 또 다른 큰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이곳을 가기 전, 벽화 거리에서 넋을 놓은 관광객들을 노린 소매치기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들었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이곳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반증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사진 9. 디에고 리베라의 작품 <알라메다 공원의 어느 일요일 오후의 꿈>. 15m, 높이 4m 벽화 안에는 멕시코 혁명의 주요 인물들이 묘사돼있다.

  

 

멕시코의 대표적인 민중화가이자 프리다 칼로의 남편이었던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 1886-1957)의 벽화도 바스콘셀로스의 벽화운동 과정에서 탄생한 것입니다. 이전까지 멕시코의 회화는 유럽의 것을 답습하는 수준이었고, 리베라 역시 유럽의 유학생이었습니다. 그러나 바스콘셀로스는 남미가 새로운 문화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유럽 백인과 멕시코 원주민의 혼혈인 메스티소가 우월한 인종이며, 인종 간의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미래적인 존재라고 보았습니다. 이후 화가들은 멕시코 미술의 뒤꼍에 있던 원주인 인디오를 그림의 중심으로 옮겨왔습니다.

 

 

사진 10.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 둘은 바스콘셀로스가 이끈 벽화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매혹됐다.

 

 

리베라 역시 이 즈음부터 화풍을 바꾸어 멕시코 민중을 그의 작품 주제로 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한 점의 벽화는 멕시코 역사를 열렬하면서도 경쾌한 어조로 찬양하는 글이 담긴 책과 같은 기능을 갖는다”고 생각, 공공장소에 많은 벽화를 제작했습니다. 리베라와 칼로가 1923년 벽화 작업을 벌이던 예비학교 담장에서 매혹됐다는 일화도 흥미롭습니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화가 부부가 민중 화가로서의 정체성을 얻게 된 데에는 호세 바스콘셀로스의 공이 지대하다고 설명합니다.

  

사진 11. “멕시코시티의 막대한 인구는 막대한 문학 인구다라는 게 도서관의 모토다.

 

 

“멕시코시티의 막대한 인구는 막대한 문학 인구다.

 

이는 바스콘셀로스 도서관의 모토입니다. 그러나 직접 도서관을 방문한 후 이를 수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듭니다. 책을 실은 방주를 타고 여행을 하다 보면 문학은 물론 건축과 미술, 역사와 정치, 인간과 자연에 대한 애정까지 갖게 될 거라고요. 멕시코시티에 가게 된다면 반드시 바스콘셀로스 도서관을 항해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 자료 출처 -

*서적
세계의 도서관, 제임스 W.P 캠벨 저, 이순희 옮김, 사회평론

 

*기사
세계의 도서관, 경향신문, 2015.08.21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8212133005&code=960205
프리다칼로, 한국일보, 2016.07.06
http://www.hankookilbo.com/v/1340c2fa0b754ad0a9a2ef122c00d3a3

멕시코 역사와 혁명을 그린 선구적 벽화가, 제민일보, 2012.06.04
http://www.je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287945

*사이트

 

매거진 chaeg , 도시 정글 속 거대한 책의 궁전,바스콘셀로스 도서관

http://www.chaeg.co.kr/%eb%8f%84%ec%8b%9c-%ec%a0%95%ea%b8%80-%ec%86%8d-%ea%b1%b0%eb%8c%80%ed%95%9c-%ec%b1%85%ec%9d%98-%ea%b6%81%ec%a0%84%eb%b0%94%ec%8a%a4%ec%bd%98%ec%85%80%eb%a1%9c%ec%8a%a4-%eb%8f%84%ec%84%9c%ea%b4%80/

네이버 지식백과 인물세계사, 르 코르뷔지에, 박종대 저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574965&cid=59014&categoryId=59014

inhabitat, Mexico City Public Library Surrounded by Botanical Garden

https://inhabitat.com/mexico-city-public-library-surrounded-by-botanical-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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