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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라면 안 될까요?
#전업주부 , #결혼 ,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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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라면 안 될까요?

 

가물가물한 먼 옛날부터 집에는 늘 엄마가 존재했습니다. 엄마는 어딜 가거나 집을 비우지 않고 대부분의 시간에 집안일을 했고, 엄마의 직업은 전업주부로 분류됐습니다. 쉬지 않고 집안일을 맡아 하는 엄마들의 모습에 익숙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업주부에게 노는 사람이라는 불편한 꼬리표가 붙기도 합니다.

 

시대가 많이 흘러 맞벌이가 당연시 되는 요즘도 가정에 아이가 태어나면 주로 여성 쪽이 일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직업을 전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의든 타의든 전업주부가 된 이들만의 속사정이 있는가 하면, 전업주부만의 특별한 재미와 알찬 깨달음도 있습니다. 전업주부의 삶의 세밀하게 그려낸 라문숙 작가의 <전업주부입니다만>, 워킹우먼에서 전업주부로 입장이 바뀐 최윤아 작가의 <남편은 내가 집에서 논다고 말했다>를 읽으며 전업주부의 삶을 들여다보기로 합니다.

 

우리는 전업주부에게 빚지며 산다

 

인생의 어느 시기를 전업주부에게 빚지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전업주부입니다만>의 소개글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지금이야 맞벌이가 시대의 당연한 요구로 보이기도 하지만, 이십 년쯤 거슬러 올라가기만 해도 결혼한 여성은 대부분 전업주부의 삶을 부여 받았습니다.  

그 덕에 현재를 바쁘게 사는 세대 중 다수는 넘치는 손길 속에 자랐습니다. 전업주부인 엄마가 하루 세 번 차려 주시는 밥상을 받고, 집안일의 노동에서 자유로웠습니다. 집에 가면 늘 누군가 있다는 안도감 역시 당연했습니다. 우리의 당연함 속에 전업주부인 엄마는 온 집안을 쓸고 닦고, 먹거리를 장만하고, 계절에 따라 필요한 것을 만들었을 겁니다. 휴일도 없이 말입니다. 전업주부의 시간에 빚지며 살았을 거란 문장이 이해가 됩니다.

 

 

그림 1. 라문숙 작가의 <전업주부입니다만>

  

 

<전업주부입니다만>의 저자 라문숙 작가는 화려한 커리어우먼의 성공기나 워킹맘의 고군분투기가 아닌 담담하고 한번쯤 겪거나 지켜 봤을 전업주부의 이야기를 꺼냅니다. 수십 년간 전업주부로 살며 남편과 자녀의 뒷바라지를 한 작가 본인의 이야기입니다.

  

나는 경계에 서 있는 주부다. 다른 직업이 없으니 전업주부요, 본업에 충실하지 못하니 불량 주부다. 남의 세상이 좋아 보여 한 발 넣었다가도 낯설고 두려워 발을 빼는 겁쟁이고 잠시 훔쳐본 그곳을 잊지 못해 동경하고 흠모하는 욕심쟁이다. 직업을 묻는 각종 양식의 빈칸에 주부 외에 달리 쓸 무엇도 가지지 못한 자신에 대해 종종 어처구니없다고 여긴다.”

 

세상에 노는직업은 없다

 

직업을 묻는 빈칸에 주부라고 넣어 놓고도 본인의 직업에 당당하지 못한 전업주부는 어떤 심정일까요? 가끔 전업주부인 아내나 지인에게 집에서 놀잖아.” “너는 집에서 노니까 편하겠다.” 등의 말을 서슴지 않고 던지는 어른들을 목격한 적 있습니다. 아내와 엄마가 차려준 밥을 먹고 다려준 옷을 입고 밖에 나왔으면서도 그런 말을 합니다. 라문숙 작가도 이와 비슷한 상황에 대해 털어놓습니다

 

처음 만난 분들이 무슨 일을 하냐고 물어보면그냥 아줌마예요, 아무것도 안 해요, 집에서 놀아요라고 이야기하면서 정작 밖에 나갈 때는놀이라고 얘기했던 집안의 잡다한 일들에서 손을 떼는 게 찜찜하다. 미리 해놓거나 아니면 서둘러 돌아가서 앞치마를 걸쳐야 마음이 풀린다. 바로 그게 이십여 년 동안 나를 괴롭힌 주범이라니 정말 인생은 알 수 없는 일이다.”

 

집에서 놀기만 했는데 식탁 위에 음식이 뚝딱 차려지거나, 먼지 쌓인 집안이 스스로 청소될 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집에서 노는 사람으로 보이는 탓에 전업주부는 마음 편히 쉬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니 전업주부가 놀면서 지내는 편안한 삶이라 지레 짐작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전업주부도 월요병을 앓는다

 

 

그림 2. 라문숙 작가의 <전업주부입니다만>

 

 

라문숙 작가는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전업주부의 월요병을 앓는다고 고백합니다. 주말이면 집에서 편히 쉬고 싶은 가족을 위해 집안일을 월요일로 잔뜩 미뤄둔 전업주부의 월요병입니다. 월요일 출근이 싫어 일요일 밤이면 우울해지고 잠이 오지 않는 직장인의 고질병이 출근 없이 일하는 전업주부에게도 있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신혼의 월요일은 주말 동안 쌓인 빨랫감과 보이지 않게 숨겨둔 자잘한 일들을 끌어안고 보냈다. 월요일이 반가울 리 없었다. 주말의 평화도 오래가지 않았다. 살림 전체를 혼자 해내야 한다는 사실을 감당할 수 없었던 아내와 살림을 함께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남편은 공을 들여 싸웠고 종종 우울했다. 일요일에 남편과 나란히 앉아서 와이셔츠를 빨기 시작한 후에야 나의 첫 번째 월요병은 사라졌다.”

 

일상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누군가는 쉼 없이 하루를 닦아내야 한다. 어깨의 짐을 덜어낼 틈도 없이 팽팽하게 당겨진 고무줄 같은 긴장감 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이들에게 내 몫의 무게까지 얹고 싶지 않아서 주부는 주말에도 쉬지 않고 월요병도 홀로 숨죽이며 앓는다.”

 

작가는 나름의 고충을 안고 살아가는 전업주부이지만 부지런하게 가족과 살림을 돌보고 일상의 결을 섬세하게 느끼며 살아갑니다. 우리가 잘 모르고 지나쳐버리는 삶의 기쁨들, 즐거움과 아름다움의 풍경을 곱씹으며 사는 모습은 전업주부의 부러운 면이기도 합니다. 또한 저자는 자유로우면서 평범한 즐거움을 누릴 줄 아는 주부의 삶을 꿈꿉니다.

  

나는 주부이기 전에 자유인이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좋아하는 때에 나 좋을 대로 하는 것. 모범 주부가 되어서 이웃의 주목을 받거나 부러움과 질시의 대상이 되는 것보다 극히 평범한,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어쩌면 거기에 대해서 조금 불량스럽기까지 한 그냥 주부이고 싶다.”

  

회사 대신 전업주부?


그림 3. 최윤아 작가의 <남편은 내가 집에서 논다고 말했다>

 

 

앞서 소개한 책의 작가가 자연스럽게 전업주부가 되고 그 삶을 영위했다면, 이번에는 조금 다른 이유로 주부가 된 작가와 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최윤아 작가의 <남편은 내가 집에서 논다고 말했다>입니다. 5년간 정신없이 일했던 워킹우먼최윤아 작가는 일과 살림을 병행하며 고되게 살던 중 퇴사를 하고 전업주부가 됩니다.

 

전업주부로 산다면 더 이상 피 말리는 1001에 노출되지 않아도 됐다. 성취도 없지만 상처도 없는 세계, 그곳으로 어서 빨리 가고 싶었다.” 

 

탈진하다시피 지친 회사생활을 정리한 작가는 충분히 행복했을까요? 행복한 후기 대신 작가는 회사생활을 접고 남편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할 때 어떤 불안이 생기는지 이야기합니다.

  

전업주부가 되고부터 돈을 쓸 때마다 옅은 죄책감이 들었다. 돈은 벌지 않으면서 소비만 하고 있는 게 아무래도 미안했다. 이 죄책감은최대한 아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이어졌다. 돈을 벌지 않는 내가 가계에 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여는절약뿐이라고 생각했다. 상시적 죄책감과절약 강박은 궁상의 다른 이름이었다.”

  

전업주부의 직무는 월급으로 환산할 수 있지만, 환산한 금액을 받을 수 없는 직업이기에 경제권이 있는 가족에게 죄책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돈을 벌지 않는다는 미안함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아끼려 강박적으로 절약하다 못해 궁상으로 이어지는 삶에서 짠한 감정이 느껴집니다.

 

맞벌이였음도 부당한 역할은 여성의 몫이었다

 

 

그림 4. 최윤아 작가의 <남편은 내가 집에서 논다고 말했다> 책 속 한 줄.

 

 

작가가 느끼는 불편함은 단지 전업주부가 됐기 때문일까요? 맞벌이를 해도 집안일에서 온전히 놓여 나지 않고, 막상 전업주부가 되도 집안일만으로는 인정받지 못하는 삶. 그건 아마 전업주부를 낮춰 평가하는 우리의 시각이 오래도록 박혀 있어 그런 게 아닐지 조심스레 짐작해봅니다.

 

나는내조의 이름으로 저녁을 준비하고, 빨래와 청소를 했다. 종합비타민과 오메가3 같은 영양제를 챙겨주기도 했다. 그가 온전히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집안일을 맡아주는 게 내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남편은 그걸 그다지 고마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시간에 친구도 만나고 책도 더 읽고 글도 더 쓰라고 했다. 나에게 뭔가를 해주려고 하지 말고, 그 공력을 네 인생을 다시 세우는 데 쓰라는 격려이자 압박처럼 느껴졌다.”

  

여성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시부모의 요구가 과한지 아닌지를 봐 달라고 묻는 글에 달리곤 하던전업도 아니고 똑같이 맞벌이하는데 그걸 왜 하냐는 댓글들. 이런 말들은 내게돈을 벌지 않으면 어느 정도 시댁의 부당한 요구를 감수해야 한다는 말로 들렸다. 같은의 처지에서을 성토하는 장에서도 경제활동을 해야발언의 자격이 생겼다. 위로 받으러 갔다가 오히려 위축됐다.”

 

 

그림 5. 우리가 생각하는 전업주부의 이미지는 어떤 모습일까?

 

 

돈을 벌어온다면 괜찮고, 돈을 벌지 못한다면 부당한 요구도 참아야 한다는 은근한 논리가 불편함의 원인 아닐까요? 여성의 사회생활은 인정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주부의 역할도 완벽히 해내길 기대하는 어른들의 눈초리와 또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가족들의 기대. 그러한 것들이 세상 주부들의 행복을 조금씩 갉아먹는지도 모릅니다.

  

전업주부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 씌워진 낡은 프레임은 없는지 한번 돌이켜볼 시점입니다. 전업주부란 노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직업에 종사하지 않고 집안일만 전문으로 하는 주부일 뿐입니다.  

 

 

 

 

 

 

- 자료 출처 -

*서적

전업주부입니다만, 라문숙, 2018, 엔트리
남편은 내가 집에서 논다고 말했다, 최윤아, 2018, 마음의숲

 

 

 

- 이미지 출처 -

그림 1, 2. 라문숙 작가의 <전업주부입니다만>- 500days_of_summer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500days_of_summer/
그림 3, 4. 최윤아 작가의 <남편은 내가 집에서 논다고 말했다> – 마음의 숲 포스트
https://m.post.naver.com/my.nhn?memberNo=4316029
그림 5. 우리가 생각하는 전업주부의 이미지는 어떤 모습일까?
https://pixabay.com/ko/%EB%8A%99%EC%9D%80-%EC%97%AC%EC%9E%90-%EC%84%B8%ED%83%81-%EC%95%88%EC%9D%BC-%EC%A3%BC%EB%B6%80-%EC%97%AC%EC%84%B1-%EA%B0%80%EC%A0%95%EC%A0%81%EC%9D%B8-%EC%97%AC%EC%9E%90-%EC%98%A4%EB%9E%98-%EB%90%9C-1077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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