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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영하의 세계를 엿보다
김영하 , 작가 , 소설

작가 김영하의 세계를 엿보다2
『사진관 살인사건』, 『아랑은 왜』, 『너의 목소리가 들려』 맛보기

 


사진 1. 예능프로 알쓸신잡에 출연한 김영하

예능 프로그램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기한 잡학사전’(이하 알쓸신잡) 이 얼마 전 화제 속에 종영했다. ‘알쓸신잡’에 출연하는 각 분야의 잡학 박사 네 명이 출연했다. 그 중 김영하 작가는 깔끔한 옥스퍼드 셔츠 차림에 부드러운 목소리, 아내를 부엌에서 은퇴시켰다는 로맨티스트(혹은 페미니스트) 같은 면모를 보이는 한편, 풍부한 이야기 거리와 그에 대한 자신만의 시각을 뽐내며 이야기꾼으로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방송으로 인해 작가를 처음 알게 된 사람이 많겠지만 김영하는 데뷔 23년 차의 중견 작가다. 1995년 계간 『리뷰』에서 「거울에 대한 명상」으로 등단했다. 장편소설 『살인자의 기억법』, 『너의 목소리가 들려』, 『퀴즈쇼』, 『빛의 제국』, 『검은 꽃』, 『아랑은 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소설집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오빠가 돌아왔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호출』 등을 펴냈다. 산문집으로는 삼부작 『보다』, 『말하다』, 『읽다』 등을 출간하며 스테디셀러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한편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만해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김유정문학상 등을 받으며 화려한 수상경력을 자랑하기도 한다. 또 현재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이탈리아, 네덜란드, 터키 등 해외 각국에서 작가의 작품이 활발하게 번역 출간되고 있다.

등단했을 당시 김영하는 ‘활달하고 대담한 상상력’으로 ‘현실과 환상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한국사회의 모순에 대한 강렬한 풍자’를 한다는 평을 받으며, “세상엔 엄숙한 가짜가 너무 많아”라고 말하던 도발적인 젊은 작가였다. 이제 그는 ‘아웃사이더의 무모함’으로 세상과 부딪히기보다 ‘인사이더의 윤리’를 지키고 싶다고 말하는 기성 작가가 되었다.
그리고 올해 5월, 작가는 새 단편집 오직 두 사람을 펴냈다. 7년 만에 출간된 이 소설에서는 김영하 작가의 어떠한 변화가 감지된다.

 

 


사진 2. 오직 두 사람

“이제 우리도 알게 되었습니다. 완벽한 회복이 불가능한 일이 인생에는 엄존한다는 것, 그런 일을 겪은 이들에게는 남은 옵션이 없다는 것, 오직 ‘그 이후’를 견뎌내는 일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문학에 어떤 역할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언어의 그물로 엮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문학은 혼란으로 가득한 불가역적인 우리 인생에 어떤 반환의 좌표 같은 것을 제공해줍니다. 문학을 통해 과거의 사건은 현재의 독자 앞에 불려오고, 지금 쓰인 어떤 글을 통해 우리는 미래를 예감합니다.”

김영하 작가는 「아이를 찾습니다」로 2014년 김유정문학상을 수상하며 이와 같이 말했다. 그 해 4월에는 세월호라는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다. 그 이후 발표된 「인생의 원점」, 「신의 장난」, 「오직 두 사람」 에서는 ‘회복 불가능한 일’을 겪은 인물들이 자위와 연기는 포기한 채 필사적으로 ‘그 이후’를 살아간다. 때문에 작품이 한층 무거워졌다. 작가 특유의 유머도 줄어들었다. 그러면서 소설은 진중하게 등장인물이 처한 삶의 좌표에 점을 찍는다.
한편 2014년 이전에 쓰인 「옥수수와 나」, 「최은지와 박인수」, 「슈트」 에는 작가의 익숙한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난다. 불안을 이기기 위해 자기기만과 위악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등장하며, 아이러니한 상황 곳곳에 블랙 유머가 숨어 있다.

 


사진 3. 작가 김영하의 세계

함정임 작가는 ‘무엇보다 소설을’ 이라는 에세이에서 김영하 소설의 요체가 '추리, 액자, 재구성'의 형식이라고 말한다. 익숙한 형식을 통해 독자를 자신의 세계에 안착하게 한 후, 김영하는 형식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그러니까 형식을 파괴하고 탈주하며 새로운 차원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그러면 ‘추리, 액자, 재구성’이라는 테마를 따라가며 작가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맛보도록 하자.

 

첫 번째 테마, 추리 - 「사진관 살인사건」

 

 


사진 4.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살인 사건은 왜 일요일에 자주 발생하는 것일까. 글쎄 정확한 통계야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내 경우엔 그랬다. 일요일. 그것도 비번인 날에 많이 터진다. 집에서 쉬고 있다가 불려 나가서 더 그런 느낌이 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 사건도 일요일에 터졌다. 아내와 함께 교회에 나가 지루한 설교를 듣고 있는데 삐삐가 왔다. 빌어먹을, 과장이었다. 호출기에는 과장의 고유번호 3143과 살인 사건 코드 01이 함께 찍혀 있었다. 과장은 그런 식으로 삐삐의 집단 호출 기능을 이용해 수사관들을 불러들인다. (사진관 살인사건, 11쪽)

 

평화로운 일요일,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아내와 주말을 보내던 주인공 형사는 형사과장의 호출을 받는다. 김영하의 초기 단편 사진관 살인사건의 도입부를 읽으면 추리소설이나 탐정영화 같은 장르물을 접하는 느낌이다.
장르라는 말은 ‘종류’를 뜻하는 프랑스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문학, 영화 등 서사 예술 분류의 특정한 형식이며 관습이다. 다시 말해 ‘장르’는 것은 서사를 구분하는 카테고리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각각의 장르 속에는 관습적인 장치가 존재한다.
예컨대 추리물이나 형사물의 경우 해당 장르의 장치를 살펴보자. 살인사건이 발생하면 형사 혹은 탐정이 등장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이 방문한 사건 현장에는 미스터리한 용의자들이 존재 한다. 형사는 추리를 통하여 사건의 진상을 밝힌다. 그 과정에서 스테레오타입의 조력자 캐릭터가 도움을 주기도 한다. 장르물은 정형화된 장치를 관습적으로 사용하여 읽는 이에게 친밀감을 주고 몰입도를 높인다.
이런 장르의 관습이 사진관 살인사건의 도입부에 모두 들어있다. 휴일에 호출된 형사는 사진관 살인사건 현장으로 출동하고, 거기서 유력한 용의자인 피해자의 아내 지경희를 만난다. 그녀는 어딘가 모르게 미스터리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지닌 여자다. 그리고 두 번째 용의자이며 지경희와 내연관계가 의심되는 정명식이라는 캐릭터도 등장한다. 이렇게 소설은 장르의 관습을 철저히 따르면서 독자를 소설 속으로 완전히 끌어들인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소설의 관심사는 범인을 잡고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데에서 점점 멀어진다.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려 시작했지만 장르를 탈주하면서 소설은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이렇게 소설의 목표가 사건의 진상 규명을 밝히는 것에서 어떠한 삶의 진실을 규명하는 것으로 도약할 때, 소설이 뛰어오른 높이만큼 소설의 의미 또한 확장된다. 추리물의 관습을 따라가던 독자는 장르가 비틀릴 때, 관습적 서사에서 튕겨져 나와 각성 상태가 된다. 그 명료한 각성 속에서 독자는 작가가 바라보는 새로운 지점을 향해 시야를 넓힌다.

그래서 이 소설이 밝혀내고자 하는 진실은 무엇일까? 작가의 소설집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중 「사진관 살인 사건」을 직접 읽어 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테마, 재구성 - 『아랑은 왜』

사진 5. 아랑은 왜

 

 

아무런 정보 없이 책을 펼친 독자라면 내가 소설을 보고 있는 것이 맞는지 어리둥절해 질 것이다. ‘아랑은 나비가 되었다고 한다’는 서정적 문장으로 시작된 1장을 지나면, 화자는 대뜸 『한국문학대사전』, 『한국 구전설화』, 『정옥낭자전』 등을 인용하며 아랑전설의 여러 판본을 비교하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소설이 쓰이기 이전의 시점에서 시작하고 있으며, 소설 『아랑은 왜』가 어떻게 창작되었는지를 그대로 담고 있다.

그렇다면 화자가 비교하고 있는 아랑전설에 대해 살펴보자. <아랑전설>은 정확히 언제, 어떻게 만들어진 이야기인지 알 수 없다. 또 위에서 화자가 밝히고 있는 것처럼 다양한 판본이 존재한다. 그 이야기의 토대는 다음과 같다.
밀양 부사의 미색이 뛰어난 딸이 어느 날 밤 남성에게 겁탈을 당한 후 살해된다. 그 후 밀양으로 내려오는 부사마다 부임한 첫날 죽는 일이 발생한다. 어느 해 담력이 뛰어난 신임 부사가 부임한다. 그는 첫날 아랑 귀신을 만났는데 그간 여러 신임 부사가 아랑의 원혼에 놀라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랑은 자신의 사연을 말하며 자신을 겁탈한 자를 벌하여 억울함을 풀어주기를 부탁한다. 다음 날 신임 부사가 범인을 밝혀 벌하고 아랑의 원한을 풀어준다.
위의 줄거리를 골자로 한 다양한 판본 중에서 화자는 현대에 각색했을 때 의미를 가질 수 있는 버전을 고르기 위해 고심한다. 그 후 시간적 배경을 확정하고 디테일을 더하고 캐릭터를 재해석한다. 여기에 화자는 동시대의 서사를 병치한다. 이로서 명종조의 아랑전설은, ‘박’ 과 ‘영주’ 가 등장하는 현대 이야기를 만나 새롭게 재구성된다.
두 서사를 자연스럽게 매개하는 것은 서사 안에서 그대로 존재를 드러내고 있는 ‘창작자’로서의 화자다. 창작자는 화자로서 두 서사를 엮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아까 말했던 아랑전설의 판본 비교부터 시작하여 다음과 같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이야기 속에 직접 개입한다.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이런 식의 설정은 현대와 과거를 유기적으로 연관지어 묶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중략) 현대와 과거를 이렇게 대위법적으로 나란히,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배치하는 구성에는 상당한 매력이 있다. A-B-A-B-A-B-A-B-A-B. 이런 식으로 이어지게 될 과거와 현대는 대체로 느슨한 의미상의 연결을 유지하면서 서사적 화음을 구축하게 될 것이다.’라며 소설 구성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또한 아랑전설을 재생산 했던 백 년 전의 이야기꾼과 현대의 창작자의 위치를 비교하여, 저작권에 묶여있고 독창적이어야만 하는 현대 창작자의 처지를 한탄하기도 한다.

이렇게 소설의 안팎을 드나드는 화자의 존재는, 민담이라는 과거의 서사와 소설이라는 현대적 서사의 조우를 넘어선 3차원의 재구성을 가능하게 한다. 과거서사-현대서사가 두 개의 축을 이루며 소설의 넓이를 만든다면, 소설의 내부와 외부를 잇는 창작자라는 축은 소설 내연에서 외연을 이으면서 서사의 부피-공간을 만들어내 이 작품을 완전한 입체-3차원의 서사로 완성시키는 것이다.


추리, 액자, 재구성의 총체 - 『너의 목소리가 들려』

 


사진 6.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 소설의 주인공 제이는 고속터미널의 화장실에서 태어났다. 어느 십대 소녀가 화장실에서 그를 낳았고, 그는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의 손에서 자라난다.
제이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길과 길이 만나는 데서 태어났대. 앞으로도 계속 길에서 살게 될 것 같다는, 그런 예감이 있어.” 그리고 그는 이 사회의 가장 어둡고 폭력적인 ‘길가’에서 살아남아 종국에는 모든 고아들의 우두머리가 된다.
다른 이의 마음을 읽고 사람의 마음을 장악하는 제이의 모습은 이 세상의 존재가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 제이는 소설의 후반부 고아 폭주족들의 광복절 대폭주를 이끌게 된다. 고아들의 신과 같은 제이, 그리고 고아들이 보여주는 질주는 폭발하는 분노와 슬픔 그 자체로 보여 사뭇 신성하기까지 하다.

이러한 고아들의 이야기는 형식적인 면에서 액자 안의 서사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라는 액자가 고아들의 이야기를 감싸고 있다. 다만 일반적으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동일한 차원과 시점으로 액자 안의 이야기를 감싸는 것과 달리, 이 소설은 특별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프롤로그에서는 이 서사의 전체를 관통하고 상징하는 ‘마법사 이야기’가 자리 잡는다. 반면 에필로그는 제이의 이야기를 가지고 소설을 쓰려하는 작가의 시점으로 쓰였다.

그러한 액자 안에서 진행되는 고아들의 이야기, 즉 제이를 주축으로 벌어지는 주된 스토리 또한 여러 시점에서 진행된다. 이야기는 제이 본인과 그의 주변 인물 동규, 목란, 승태의 시점에서 조직된다. 가장 현실적인 비극을 겪으며 환상적인 대폭주까지를 아우르는 제이의 존재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데, 다중 시점은 베일에 싸인 그를 끊임없이 추리하고 재구성 한다.

이렇듯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김영하 소설의 요체인 추리, 재구성, 액자의 테마가 모두 드러나는 소설이다.

형식과 내용이 조화를 이루는 김영하의 세계

 

 


사진 7. 작가 김영하


형식이 파격적이지만 김영하의 소설은 어렵지 않다. 그 이유는, 첫째로, 형식이 담고 있는 서사의 힘이 강하며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둘째로, 형식과 내용의 관계가 유기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의 소설은 해체적이고 전위적인 실험을 넘어서 동시대 독자들에게 의미 있는 서사로서 사랑받고 있다.
 세계적인 영화 촬영 감독 라즐로 코박스는 "단지 구성을 위한 아름다운 구성을 하지 말라"고 말했다. 언제나 내용이 형식을 결정해야 하며 형식은 내용의 구현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만 좋은 작품이 탄생할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영화와 소설이 같은 서사 예술임을 생각할 때, 김영하의 작품이 훌륭한 평가를 받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자료 출처 -

*서적
『오직 두 사람』, 김영하,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김영하
『아랑은 왜』, 김영하
『너의 목소리가 들려』, 김영하
『무엇보다 소설을』, 함정인
『영화의 이해』, 루이스 자네티

*사이트
아랑각 (한국민속문학사전(설화 편), 국립민속박물관)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2120767&cid=50223&categoryId=51051
월간채널예스 인터뷰 - 김영하 “팩트 따윈 모른다. 그냥 그들을 느낀다”
http://m.ch.yes24.com/article/view/33510
『너의 목소리가 들려』 리디북스 책 정보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5211211
『오직 두 사람』 알라딘 책 정보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09495099

 

- 이미지 출처 -

사진1. 예능 프로 알쓸신잡에 출연한 작가 김영하
http://program.tving.com/tvn/trivia/6/Board/View?b_seq=5
사진2. 오직 두 사람 표지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54645614&orderClick=LEA&Kc=#N
사진3. 작가 김영하의 세계
http://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8407821&memberNo=16831885&searchRank=29
사진4.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표지
http://www.yes24.com/24/Goods/3712126?Acode=101
사진5. 아랑은 왜
http://www.yes24.com/24/goods/3712132?scode=029
사진6. 너의 목소리가 들려
http://www.yes24.com/24/goods/6332615?scode=029

사진7. 작가 김영하
http://www.sportsseoul.com/news/read/149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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