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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아픔, 신경장애와 정신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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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아픔, 신경장애와 정신질환

 

 

뼈나 근육을 다치면 정형외과에, 치아에 문제가 생기면 치과에 찾아갑니다. 너무나 자연스럽죠? 외상을 입으면 외과를 찾아 치료하고 아물어가는 과정을 눈으로 확인합니다. 내상을 입으면 약물치료로 치유과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증상을 발견하는 것도, 치료하는 것도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질환이 있습니다. 바로 정신질환과 신경장애입니다.

 

날이 갈수록 우리 사회는 각박해집니다. ‘세상 살기 참 힘들다는 말이 습관처럼 흘러나오기도 합니다. 스트레스는 개인이 해결해야 할 몫입니다. 이 같은 세계에서 찾아오는 정신질환과 신경장애는 참고 넘길 수 있는 고통이 아닙니다. 오히려 눈에 잘 보이지 않기에 더욱 고통스러울 수 있습니다.

  

가끔 정신과 상담을 받고 싶은 감정이 일렁일 때, 스스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당황스러울 때 어딘가 털어놓지 못하고 끙끙 앓고 있다면 그건 아마도 신경정신과를 향한 편견과 거리감 때문 아닐까요? 오늘 소개하는 2권의 책은 꼭 남의 일 같지 않은 보통 사람들의 아팠던 기록입니다. 그 기록을 보며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기에 남의 일이 될 수 없는 정신질환과 신경장애에 대한 마음의 벽 한 귀퉁이를 허물어볼까 합니다.

 

정말 한 번 받아 보고 싶다, 정신과 상담

 

고민 없이 사는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요? 돈이 많고, 잘 생기고 예쁘면, 멋진 애인이 있으면 세상 부러울 게 없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단언컨대 세상에 아무 고민과 갈등 없이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림 1. 김현정 <나도 한번쯤은 정신과 상담을 받고 싶다

 

 

비슷한 질문으로 사람의 정신을 다루는 정신과 의사는 항상 정신상태가 건강하고 마음이 평온할까요? 그럴 리 없습니다. 정신과 전문의라 해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게 기술적으로 훌륭할 수 없습니다. 오늘 이야기할 책 중에 하나인 <나도 한번쯤은 정신과 상담을 받고 싶다>의 저자 김현정 정신과 전문의는 책의 들어가는 말에서 이것을 알기 쉽게 설명해 줍니다 

 

, 우울하다.”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내과의가 내 말을 듣더니 가뜩이나 큰 눈을 더욱 동그랗게 뜨고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 정신과 의사도 우울해요?”

 

내과 의사도 고혈압, 당뇨병에서 자유로울 수 없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

 

정신과 전문의인 나도 때로는 정신과 상담이 받고 싶다. 나는 그저 직업이 의사일 뿐 다른 사람과 똑같이 상처를 입고 사랑과 인정을 받고 싶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평범한 사람이다.

 

이렇게 읽어보니 쉽게 이해가 되시죠? 모든 인간은 미완의 여행을 하는 인생 여행자들입니다. 여행길에서 크고 작은 소리에 놀라고, 더러운 흙탕물을 뒤집어 쓰거나, 돌에 걸려 넘어지는 일이 숱하게 일어납니다. 그 과정에 지치고 갈증을 느끼며 남은 여행이 두려워질 때 게스트하우스에 들러 잠시 쉬듯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는 것, 꽤 괜찮은 선택입니다.

 

정신과 진료 기록은 흠집이 아니다

  

정신과 진료를 받은 이력이 남아있으면 취직에 영향을 주거나, 보험 가입이 안 된다거나, 결혼을 앞두고 흠이 된다는 식의 뜬구름 같은 소문과 오해가 상담이 필요한 이들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소문들은 사실일까요? 답은 ‘NO’입니다.

  

의료법상 모든 병원의 의무 기록은 10년 동안 병원이 보관합니다. 이 기록은 당사자의 동의 없이 누구도 열람할 수 없도록 의료법이 보호합니다. 어떤 회사도 채용을 위해 타인의 의료 기록을 볼 수 없고, 당사자가 원치 않는 타인의 열람은 있을 수 없습니다. 누군가 정신과 병동 앞에서 지켜보고 있을 일도 없습니다. 괜한 오해로 정신과 상담을 미뤄왔다면 안심해도 된다는 뜻입니다.

 

 

 

그림 2. 정신질환은 몸과 영혼에 오는 통증일 뿐이다

 

 

어린 아이의 정신과 진료는 부모의 선택 여부에 달리기도 하는데, 책에는 이런 사례도 나와있습니다.

 

아이가 틱이 있어서 고민이에요.”

 

, 그러세요. 증상이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심한 경우라도 소량의 약물치료만으로 호전될 수 있고요. 정서 문제가 원인일 수 있지만 꼭 그런 건 아니에요. 뇌의 발달 과정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문제거든요. 그러지 말고 내원하셔서 틱장애가 맞는지 상담하는 건 어떠세요?”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정신과에 가면 아이에게 기록이 남잖아요.”

  

이 대목에서 저자가 얼마나 탄식했을 지 상상이 가시나요? 이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받을 고통의 크기를 감히 짐작이라도 한다면 정신과가 아니라 더한 곳이라도 찾아가 봐야 한다. 병원 의무 기록이 전과 기록도 아니고 도대체 왜 그렇게 정신과 방문을 두려워하는지 모르겠지만, 아이의 장래를 걱정하는 엄마라면 하루라도 빨리 정확한 진단을 받도록 하는 게 옳다.”

  

말 그대로 정신과 진료 기록은 전과 기록이 아닙니다. 전과자도 갱생을 위해 그토록 노력하는데, 하물며 몸과 영혼의 일부가 아픈 것을 방치하고 숨기면 여생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요?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당신에게

 

 

그림 3. 무기력증은 어떻게 찾아오는 것일까

 

 

<나도 한번쯤은 정신과 상담을 받고 싶다>에서는 정신과 상담에 대한 궁금증, 우울증, 트라우마,분노조절장애 등 다수의 현대인이 겪는 질환과 방어기제, 간단한 심리처방전을 제시합니다. 그중 현대인들이 농담처럼 호소하는 무기력증에 대한 내용 일부를 소개합니다.

  

손가락조차 움직이기 싫을 정도로 만사가 귀찮고, 젖은 낙엽처럼 온몸이 축 늘어져 있는 상태를 우리는 흔히 무기력하다라고 말한다.”

 

실패에 대한 불안, 완벽하지 못한 결과물에 대한 불안, 비난에 대한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쉬지 않고 자신을 채찍질한다. 정신적 에너지가 바닥날 때까지 전속력으로 달리고 또 달린다. 그 결과 육체적, 정신적으로 극도의 피로감이 몰려오면서 무기력증이나 우울감, 의욕저하 등을 느끼는 번아웃증후군에 빠진다.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는 물론 인간의 의지를 주관하는 마지막 보루인 뇌의 에너지마저 다 써버린 상태가 되는 것이다.”

  

마지막 뇌의 에너지까지 다 써버렸다는 부분에서는 섬뜩하기까지 합니다. 무기력증을 불러일으키는 사회 분위기는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습니다.

  

남들이 알만한 대기업에 입사하고 싶은 욕구, 중산층을 향한 갈망, 날씬한 몸매와 체중에 대한 집착, 무리해서라도 갖고 싶은 고급차와 넓은 평수의 아파트. 이런 조건들이 성공의 기준처럼 논의되면서 타인의 눈치를 보고 사회의 기준에 맞춰 살게 되는 심리가 무기력증을 불러옵니다. 이런 스트레스, 꼭 남의 이야기는 아니지 않나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 신경장애

  

심리적, 환경적 요인으로 인한 정신질환과 달리 노화나 사고, 혹은 알 수 없는 요인으로 신경에 장애가 생겨 기묘한 증상을 겪는 이들도 있습니다. 신경학 전문의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는 이런 사례와 병증이 다수 기록돼 있습니다.

 

 

 

그림 4. 올리버 색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그중 하나의 사례를 소개해 봅니다. 이 사례의 주인공은 지적이고 유머 감각이 풍부한 60대 여성입니다. 그녀는 심한 중풍에 걸려 대뇌 우반구 뒤쪽이 손상된 상태였습니다.

 

그녀는 자기 식판에 왜 후식이며 커피가 없냐고 간호사들에게 불만을 토로하곤 했다. 간호사들이 부인, 바로 거기 있잖아요. 왼쪽에 말이에요.”라고 말해주어도 그녀는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려 하지 않았다. 마치 간호사들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후식이 그녀의 오른쪽 시야에 들어오도록 간호사들이 머리를 조심스럽게 왼쪽으로 돌려줘야 비로소 그래요, 여기 있군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없었는데…….”라고 말하곤 했다. ‘왼쪽이라는 개념을 완전히 상실한 것이었다. 사물뿐만 아니라 자기 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같은 신경장애는 지식 수준, 학력 등과 관계 없이 평범한 모두에게 찾아올 수 있는 불청객입니다. 이 외에도 시각을 인식하지 못하게 된 음악교사, 자동차 사고 후 사람들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30대 젊은 남성 등의 사례가 등장합니다. 그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평범하고 건강한 일상 중에 불청객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엉뚱한 증상을 겪으며 곤혹을 표합니다.

 

병에 걸린 지금이 좋다

 

이 책에서는 재미있는 사례도 등장합니다. 어떤 병증이 생겼는데, 그 증상이 몹시 즐거워 치료를 꺼리는 사례입니다. 사례의 주인공은 90세의 할머니입니다. 이 할머니는 전보다 훨씬 건강해지고, 힘이 넘치고, 젊은 남자들에게 관심이 생길 정도로 젊어졌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할머니는 자신의 병을 깜찍하게도 큐피드병이라고 부릅니다. 큐피드병은 매독을 말합니다. 

 

저자가 검사한 결과 매독이 맞았습니다. 할머니는 신경매독에 걸려 스피로헤타균이 대뇌겉질을 자극한 것입니다. 매독이라는 무서운 병이 대뇌를 자극해 활력을 만들었다는 게 참 아이러니합니다. 저자에게 할머니는 이렇게 말합니다.

 

더 이상 심해지지 않으면 좋겠어요. 남들한테 손가락질을 받을 테니까요. 하지만 치료받는 것도 손가락질을 받는 것만큼이나 싫어요. 이렇게 넘치는 기운을 경험하기 전까지는 정말로 살아 있었던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드니까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 이 상태가 계속되도록 해주실 수는 없나요?”

 

 

그림 5. 올리버 색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우리가 알고 있는 통상적인 상식이 뒤집히는 부분입니다. 병리 상태가 행복한 상태이며, 정상인 상태가 오히려 덜 행복하다는 것. 어쩌면 우리는 질환과 장애라는 이름을 두렵고 불행한 것으로만 받아들이고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세상에 어떤 병은 환자를 행복하게, 혹은 재능을 더욱 탁월하게 키워주기도 합니다.

 

오늘 이야기한 정신질환, 신경장애와 관련된 책과 일화가 여러분의 편견 귀퉁이를 조금이나마 무너뜨렸다면 좋겠습니다. 마음이 건강하지 못하다고 느껴질 때, 엉뚱한 행동이 나를 의문으로 빠뜨릴 때, 자신을 미워하는 대신 전문의를 찾아갈 수 있는 용기야말로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는 방법입니다.

 

 

 

 

 

 

 

- 자료 출처 -

*서적
김현정 <나도 한번쯤은 정신과 상담을 받고 싶다>, 센추리원, 2015
올리버 색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알마, 2016

 

 

 

- 이미지 출처 -

그림 01. 김현정 <나도 한번쯤은 정신과 상담을 받고 싶다>, 센추리원 블로그
http://blog.naver.com/bookcentury/220302919834
그림 02. 정신질환은 몸과 영혼에 오는 통증일 뿐이다, 픽사베이
https://pixabay.com/ko/%EB%B6%88%EC%95%88-%EC%A0%95%EC%8B%A0-%EA%B1%B4%EA%B0%95-%EB%87%8C-%EC%A7%88%ED%99%98-%EB%87%8C-%EC%9E%A5%EC%95%A0-%EA%B1%B4%EA%B0%95-%EC%A0%95%EC%8B%A0-%EC%8B%AC%EB%A6%AC%ED%95%99-1535743/
그림 03. 무기력증은 어떻게 찾아오는 것일까, 픽사베이
https://pixabay.com/ko/%EB%88%88%EC%9D%84-%EA%B3%84%EC%86%8D-%EB%B8%94%EB%9D%BC%EC%9D%B8%EB%93%9C-%EB%A8%B8%EB%A6%AC-%EC%86%8C%EB%85%80-%EC%97%AC%EC%9E%90-%EC%86%90-%EB%8B%AB%EA%B8%B0-%EB%A8%B8%EB%A6%AC%EB%A5%BC-%ED%99%95%EC%82%B0-1952595/
그림 04, 05. 올리버 색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알마 출판사 포스트
http://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3760766&memberNo=27848074&navigationType=pu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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