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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세계
이해조 | 경성: 동양서원: 보급서관, 1911
신소설 , 신여성 , 애국계몽운동
“세월이 덧없도다. 어느덧 삼복염증이 지나가고 구시월이 되었는가. 간밤 불던 바람 뜰 앞에 서있는 나무를 이리 흔들 저리 흔들 흔들흔들 말지 않더니 무수한 낙엽이 분분히 날아 내리는 구나. 저 낙엽을 무심한 사람이 무심히 보게 되면 밟고 가고 밟고 오며 비를 들어 쓸어버릴 따름이라. (중략) 낙엽아 말 물어 보자. 너는 어쩌다 낙엽이 되어 지금 저 모양으로 옛 가지를 사례하고 동서로 표박하여 부딪칠 곳이 바이없다.”(『화세계』,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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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도서관 소장

 

내용

“세월이 덧없도다. 어느덧 삼복염증이 지나가고 구시월이 되었는가. 간밤 불던 바람 뜰 앞에 서 있는 나무를 이리 흔들 저리 흔들 흔들흔들 말지 않더니 무수한 낙엽이 분분히 날아내리는 구나. 저 낙엽을 무심한 사람이 무심히 보게 되면 밟고 가고 밟고 오며 비를 들어 쓸어버릴 따름이라. (중략) 낙엽아 말 물어보자. 너는 어쩌다 낙엽이 되어 지금 저 모양으로 옛 가지를 사례하고 동서로 표박하여 부딪칠 곳이 바이없다.”(『화세계』, 1쪽) 

신소설 『화세계』의 첫 도입부분이다. 이 장면은 구참령과의 결혼 약속이 파기되자 여승으로 변복한 채 세상을 떠돌고 있는 김수정의 심정을 나타내는 장면이다. 주인공 김수정은 문학을 공부하는 신여성이었다. 그녀는 “천성이 유순하고 재질이 영오하여 부모의 뜻을 일호도 어기지”(3쪽) 않을 정도로 효심이 강했으며, “다른 여인같이 소견 없이 굴지”(125쪽) 않는 성격이었다. 이렇게 강인하고 총명한 그녀도 가을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지나온 세월을 한탄하고 있다. 이 장면은 김수정 개인의 한탄을 넘어 국권 상실을 경험한 작가 이해조의 침통한 심경을 반영한 것으로도 보인다.
1910년 8월 한국은 국권을 상실한다. 조선총독부는 애국계몽운동의 선두에 섰던 <대한매일신보>를 비밀히 사들여 『매일신보』로 바꾸고 조선총독부의 기관지로 활용한다. <대한매일신보>에서 <매일신보>로 바뀐 후 처음으로 연재된 소설이 바로 이해조의 『화세계』였다. 『화세계』는 1910년 10월 12일부터 1911년 1월 17일까지 <매일신보>에 연재되었던 소설이다. 이후 1911년 동양서원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애국계몽운동에 앞장섰던 이해조는 조선총독부의 기관지로 변한 <매일신보>에 『화세계』를 연재하면서 그동안 굳건하게 견지해 왔던 애국계몽의 노선을 잠시 뒤로 미룬 채 통속적인 소설을 쓰기 시작하였다. 『화세계』의 큰 줄기는 남녀의 만남과 이별을 소재로 하며, 주인공 김수정이 끝내 정절을 지킨다는 내용이지만, 중간중간에는 그동안 이해조가 주장하였던 계몽사상이 내포되어 있기도 하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1907년 무렵이다. 20세 정도의 여승이 뚝섬 맞은편 강가를 지나가며 깊은 한숨을 쉰다. 여승은 김홍일의 외동딸 김수정이었다. 수정은 대구 진위대에서 근무하는 구참령과 강제로 혼인할 위기에 처한다. 구참령은 “본래 호색을 어떻게 하던지 첩을 네다섯씩을 두고도 유위부족하여 어디 똑똑한 계집이 있다면 반계곡경으로 기어이 상종하고야 말던 위인”(5쪽)이다. 구참령은 수정이 아름다운 미모를 지녔다는 소문을 듣고 이방으로 근무하던 김홍일을 불러 딸을 자신에게 달라고 협박하였다. 이때 수정의 나이 15세였다.
김홍일은 수정을 구참령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 수정은 결국 사주단자를 받는다. 그러나 군대해산조치가 단행되어 구참령은 서울로 올라가게 되는 데, 이후 구참령의 소식은 끊긴다. 군대가 해산되어 서울로 올라온 구참령은 자식과 아내를 병으로 잃게 된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자신이 저질렀던 일들을 반성하고 개과천선한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사주단자를 받은 수정이 구참령에 대해 정절을 지키려 한다는 점이다. 어쩌면 이해조가 정절을 지키는 여성으로 수정의 캐릭터를 설정한 것은 그동안 여권의 신장을 주장했던 이해조의 사상적 퇴보로도 볼 수 있으며, 한편으로는 당대 보수적인 남성 독자들의 취향을 고려한 통속화라고도 말할 수 있다. 특히 수정의 이름은 수정(守貞)인데, 이는 정절을 지킨다는 의미이다. 이해조의 이와 같은 변화는 국권 상실 이후 더 이상 계몽의 방향성을 올바르게 설정할 수 없었던 많은 한국 지식인들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수정이 구참령에 대한 정절을 지키자 부모는 속이 탔다. 수정은 22세가 되었으나 여전히 마음을 돌리지 않았다. 김이방 부부는 수정 몰래 최좌수의 당질과 수정을 결혼시키려 한다. 대례일이 다가오자 수정은 구참령에 대한 정절을 지키겠다며 물속으로 뛰어들지만 지나가던 붓장수가 수정을 구한다.
수정은 우연히 해인사의 여승 수월암을 만나 해인사로 향한다. 붓장수는 어느 날 죽전리에 사는 이승지 집에서 머물게 된다. 이승지가 수정을 탐하여 수정을 잡아 오려 하자 붓장수는 이를 알고 수정을 광암으로 피신시킨다. 수정은 곧바로 머리카락을 자르고 여승 행세를 한다. 수정은 서울로 올라와 구참령을 찾아 헤맨다. 그러던 중 구참령이 지방을 떠돌아다니며 구걸하면 산다는 소문을 듣게 된다. 구참령을 찾아 정처없이 떠돌던 수정은 우연히 자신을 구해주었던 붓장수를 만나게 된다. 너무 반가운 나머지 그의 이름을 물었더니 그가 바로 구참령이었다. 수정은 구참령의 사주단자를 받았기는 했지만 둘은 한 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붓장수가 구참령임을 수정은 알지 못했던 것이다.
수정은 수월암에게 맡겼던 패물을 찾아 살림을 장만하기로 결심한다. 구참령은 패물을 찾으러 수월암에게 간다. 구참령은 수월암으로 가는 도중 김주사라는 사람을 만나 동행하게 되는데 김주사는 구참령을 폭행하여 기절시킨 뒤 수월암에게 가서 자신이 수정의 패물을 대신 찾으러 왔다고 말하고 패물을 가로챈다.
구참령이 오래토록 돌아오지 않자 수정은 해인사로 편지를 보내니 구참령을 대신하여 김주사 편으로 패물을 보낸 지 한 달이 지났다는 답신이 온다. 수정은 일이 잘못된 것을 깨닫고 구참령을 찾아 떠난다. 한편 추풍령 산중에서 기절하였던 구참령은 화적당으로 몰려 순사들에게 잡혀 온갖 고초를 당한다. 검사에게 신문을 받던 구참령은 자신의 전후사정을 소상히 말하게 되고, 이를 지켜보던 검사국 신문계 서기의 도움으로 무죄석방 된다.
수정은 우여곡절 끝에 김주사를 찾아내고 그를 동부경찰서에 고발한다. 김주사는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수정과 구참령은 마침내 혼례를 치르고 그동안 자신들에게 도움을 준 사람들의 은혜에 보답하며 소설은 끝난다. 

『화세계』는 이전의 이해조 소설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사건의 개연성은 떨어지고 서사의 균열은 심각하며, 정치성은 약화되고 통속성은 강화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이해조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1910년대 총독부기관지 <매일신보>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었던 한국 소설의 비운이기도 하다.

 

 

참고문헌

배정상, 「이해조 문학 연구」, 연세대학교 박사논문,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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