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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즙파동
김성환 | 동아일보3455, 1964.12.12
무즙파동 , 사회혼란기 , 고바우

국립중앙도서관│고바우현대사 2권 102p

내용

교육제도의 개혁이 있기 전인 1968년, 중학교 입시는 가히 전쟁을 방불케 했다. 심지어 그 당시는 공부를 제일 열심히 하는 것은 국민학생(요즘의 초등학생), 그 다음은 중학생·고등학생, 맨 마지막이 대학생 순서로 꼽힐 정도였다고 김성환 화백은 『고바우현대사』2권에서 밝히고 있다. 지금은 중학교 입시가 사라졌지만 50년 전인 1960년대에는 세칭 명문 중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초등학교 시절부터 치맛바람이 엄청나게 불던 때였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첨예한 경쟁을 벌여야했던 그 시절 중학교 입시 문제 하나가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 사건은 결국 중학교 입시제도의 폐지까지 몰고 왔다.
 

당시 학부모들의 최고 선망은 경기중학교였다. 1965년도 합격기준이 160점 만점에 154.6점이었다. 단 1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숨 막히는 입시제도하에서 1964년 12월7일 시행된 중학교 입시에서 ‘자연’과목의 시험 문제 중 복수 정답이 존재했던 것이다. 당시 출제된 문제는 다음과 같다.
 

18번) 다음은 엿을 만드는 순서를 차례로 적어놓은 것이다.
1. 찹쌀 1㎏ 가량을 물에 담갔다가
2. 이것을 쪄서 밥을 만든다.
3. 이 밥에 물 3l와 엿기름 160g을 넣고 잘 섞은 다음에 60도의 온도로 5~6시간 둔다.
4. 이것을 엉성한 삼베주머니로 짠다.
5. 짜낸 국물을 조린다.
위 3과 같은 일에서 엿기름 대신 넣어도 좋은 것은 무엇인가?
 

이 문제의 정답은 선택문항 중 1번이었던 효소인 다이어스테이스(디아스타제)였다. 그러나 사건은 선택문항 중 2번에 ‘무즙’이 제시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초등학교 교과서에 “침과 무즙에도 디아스타제가 들어있다”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에 무즙도 정답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언론을 통해 18번 문제에 대해 이의가 제기되고, 한 문제 때문에 경기중학교에서 떨어지게 된 학생을 둔 학부모들은 ‘무즙’도 정답으로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출제위원들은 해당문제를 아예 무효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디아스타제를 쓴 학생들의 학부모들이 반발했다. 출제위원들은 다시 입장을 번복하여 디아스타제만을 정답으로 인정하겠다고 하자 학부모들이 직접 무즙으로 엿을 만들어 교육감을 찾아가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고, 18번문제의 백지화를 요구하며 철야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낙방한 학부모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자 이듬해 2월25일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그해 3월30일 서울고등법원은 무즙도 정답으로 인정하고 소송을 제기한 학생 모두를 입학시키라는 판결을 내렸다. 교육당국은 추가입학을 반대했다. 그러나 법원의 결정이라 결국 학급당 학생 정원(당시 64명)을 무시해서라도 학교장 재량으로 입학할 수 있도록 결정하여 이 학생들은 5월12일 등교하게 되었다.
 

무즙 파동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문제는 항시 권력층들이 사회혼란기를 틈타 부정한 방법으로 자신의 이득을 취득하면서 발생한다. 당시 청와대 비서관 등 권력자들의 자신들의 자녀를 불법으로 뒷문 입학을 시켰던 것. 모두 15명의 학생들이 부정입학했다는 사실이 발각되었다. 당시 문교부 장관은 청와대에 불려가 혼쭐이 났으며, 청와대 비서관 2명, 문교부 차권 및 보통교육국장, 서울시 교육감, 학무국장 등이 줄줄이 해임되는 사태가 발생한다. 이 정도의 고관대작들이 추풍낙엽처럼 날아갔으니 “무즙은 엿만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 고관들의 감투도 벗긴다.”는 말이 당시 문교부(현재 교육과학부)와 서울시교육청 주변의 유행어가 되었을 것이다.
 

김성환 화백은 고바우영감 1964년 12월12자에서 고바우를 교육청 관리로 등장시킨다. 시교육위에서는 ‘자연문제는 정답만이 맞는다. 모두 맞는 것으로 한다. 자연문제는 정답만...’하는 식으로 말을 연이여 바꾼다. 이에 분노한 학부모들은 항의방문을 하고 이 사실을 고바우는 교육감에게 알린다. 이 소식을 들은 시 교육감은 땀을 뻘뻘 흐리며 ‘걸음아 나 살려라’하는 마음으로 자리를 피하면서 고바우에게 뒷수습을 부탁한다. 고바우는 교육감 의자에 칠면조를 올려놓고 의자 뒤에 몸을 숨긴 뒤 얼굴만 쏙 빼내고는 성난 학부모들에게 “자연이란 자꾸 달라지는 겁니다! 자 이 푸른 얼굴을 보세요.”라고 말한다. 학부모들은 칠면조의 등장만으로도 아연실색하고 있다. 마지막 컷에서 고바우는 “빨갛게 달라졌습니다. 앞으로 일곱 번 달라집니다”라고 학부모들에 말한다. 학부모들이 모두 기절초풍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할 것이다. 이 만화가 1964년부터 1965년까지 반년 이상 사회를 뒤흔들어놓은 무즙 파동에 대한 김성환식 풍자이다.

 

 

관련된 고바우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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