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국립중앙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컬렉션

무장군인 법원 침입사건
김성환 | 동아일보3181, 1964.05.22
무장군인 , 사법부 , 한일회담 반대시위
김성환 화백이 고바우를 통해 박정희 정권을 비판한 말 중 백미를 꼽으라고 한다면, 1964년 5월22일자에 게재된 무장군인 법원 침입사건을 풍자한 만화에서 고바우가 한 말을 들고 싶다. 이 만화는 3권분립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군인들에 의해 자행된 사법부 테러사건을 역설적인 표현을 통해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고바우가 거리를 걷는데 무장한 군인들이 트럭을 타고 바삐 가고 있다. 이 장면을 본 고바우는 “앗! 적군이 쳐들어...

 

국립중앙도서관│고바우현대사 2권 85p

내용

김성환 화백이 고바우를 통해 박정희 정권을 비판한 말 중 백미를 꼽으라고 한다면, 1964년 5월22일자에 게재된 무장군인 법원 침입사건을 풍자한 만화에서 고바우가 한 말을 들고 싶다. 이 만화는 3권 분립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군인들에 의해 자행된 사법부 테러사건을 역설적인 표현을 통해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고바우가 거리를 걷는데 무장한 군인들이 트럭을 타고 바삐 가고 있다. 이 장면을 본 고바우는 “앗! 적군이 쳐들어오나 보다”며 자신의 발걸음도 재촉한다. 그러나 그 군인들은 총부리를 겨누고 법원으로 뛰어 들어가면서 “판사를 내놔라 ~, 영장을 써라~”라고 외친다. 이 장면을 목격한 고바우는 마지막 남은 한 올의 머리카락이 뒤틀릴 정도로 아찔해하며 뒤로 넘어진다. 두 손을 들고 황급한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하는 고바우의 두 눈은 빙빙 돌고 있어 그 순간의 긴장감이 그대로 보인다. 집에 도착한 고바우는 대문을 굳게 걸어 잠근 뒤 자신이 기르던 개를 자신의 집 마루 위에 올려놓고 자신은 그 개의 집에 들어간다. 그러면서 고바우가 하는 말은 “법치국가가 될 때까지 세금은 네가 내렴”이다. 물론 개는 자신의 주인이 왜 그러는지 까닭을 몰라 한다. 주객이 전도된 당시 상황을 표현하는 촌철살인의 대사이다. 개에게 세금을 내라고 한 것은 당시의 권력집단도 개와 같다고 말한 것이며, 자신은 이런 국가에서 시민으로서의 의무인 세금을 내고 싶지 않다는 역설적 표현이기도 하다.
img_장충단집회 옥외 집회 불허

사법부마저 저렇게 군인들에 농락을 당하는데, 데모하는 학생은 물론 그것을 보도하는 기자들은 더욱이 법의 보호를 기대할 수 없는 그런 세상. 데모학생에 대한 사적 린치가 자행되고 시민들은 “밤새 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사를 해야만 했던 시절. 김성환 화백은 이 만화를 통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 무너지고 있는 ‘서글픈’ 대한민국을 고발한 것이다. 법치국가는 헌법과 법률이 규정하는 내용대로 사회시스템이 작동하는 것과 그 법이 제대로 만인에게 적용되어, 법으로 국민들이 보호받는 국가를 말한다. 그러나 당시 대한민국의 사법부는 군인들의 군홧발에 무력하게 짓밟히는 초라하기 그지없는 형편에 처한 것이다.
 

이 사건의 배경은 이렇다. 1964년 3월부터 시작된 한일회담 반대시위는 5월 들어 절정에 달한다. 5월20일 낮 서울대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한일 굴욕외교반대 학생총연합회 주최의 ‘민족적 민주주의 장례식 및 성토대회’에 참가한 주모 학생과 시민 180여명이 연행되어 구속영장을 신청하게 되는데, 이에 대해 영장담당 양헌 판사가 일부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그러자 다음날 새벽 4시30분경 권총과 카빈소총으로 무장한 수도경비사 1공수 소속 최문영 대령이 지휘하는 장병 8명과 공수단 출신 민간인 2명(나중에 밝혀지지만 이들은 공수특전단 출신의 예비역 중령으로 중앙정보부 과장으로 근무하던 자들이다.)이 경찰의 인도를 받으며 서울형사지법 당직실에 난입한다. 양헌 판사가 이미 퇴청하였다는 것을 안 군인들은 바로 양헌 판사의 집으로 쳐들어가 “영장을 기각한 판사가 누구냐?”며 행패를 부린다. 이 사건이 발생하자 대법원은 박정희 대통령에게 엄중 항의를 하였고 국회에서 야당은 이를 ‘국기를 흔드는 난동’이라고 규정하고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준비한다. 그러자 박정희 대통령은 이 사태를 “일부 정치인들의 무궤도한 언동과 일부 언론의 무책임한 선동, 일부 학생들의 불법적 행동 그리고 정부의 지나친 관용”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담화를 발표하게 된다. 결국 시위를 더욱 촉발시킨 결과를 낳았고 박정희 대통령은 그해 6월3일 서울 일원에 비상계엄을 선포한다. 또 6월 6일 새벽에는 최 대령 등 1공수특전단 소속장교 8명이 술을 마신 후 순찰 도중에 동아일보사에 침입, 숙직 중인 김광희 기자에게 법원난입 사건으로 구속당한 황길수 대위 등에 대해 인신공격성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약 45분간 폭언을 하는 등 행패를 부리기도 했다고 위키백과사전은 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는 “무장군인 법원난입사건은 한일회담 반대시위가 6.3사태로 비화되는 데에서 중요한 징검다리가 되었다”고 평가한다.
 

이처럼 사건의 파장이 커지자 박정희 정권은 진화에 나선다. 법원 및 동아일보사에 난입하여 행패를 부린 군인들에 대해 계엄보통군법회의를 그 해 7월10일 열어 판결을 한 것이다. 그러나 군사정권 하에서 이뤄진 재판이므로 판결은 너무도 뻔 한 내용이었다. 주모자 최문영 피고인에게 징역 5년, 관련자 4명에게는 3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장교의 지시를 받아 행동한 하사관 등 13명은 무죄를 선고했다. 물론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도 얼마 안 가서 모두 형집행정지로 석방되었다.

 

 

관련된 고바우 만화

                                                                          img_대규모 데모                           img_송철원사건으로 데모격화  
                                                                     대규모 데모                                 송철원사건으로 데모격화

상세검색

자료유형
KDC 분류
발행년도 ~

다국어입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