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劉忠烈傳(유충렬전)
고유상 | 서울:회동서관, 1925
유충렬 , 충성심 , 명나라 , 영웅
누가 언제 썼는지 정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지만, 『劉忠烈傳』이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애독된 것만은 분명하다. 『劉忠烈傳』은 19세기 중엽 이전에 창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까지 확인된 이본異本만 60여 종에 이른다. 사람이 손으로 직접 옮겨 쓴 필사본은 물론이고 인쇄술이 발전하면서 등장한 방각본, 활자본까지 포함한 수치이다. 이를 통해서 이 작품이 여러 세대를 거치며 사람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고 또한 대량으로 출판되면서 더 많은 대중들에게 읽혔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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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유충렬전_page1 img_유충렬전_page2 img_유충렬전_판권지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내용

누가 언제 썼는지 정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지만, 『劉忠烈傳』이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애독된 것만은 분명하다. 『劉忠烈傳』은 19세기 중엽 이전에 창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까지 확인된 이본異本만 60여 종에 이른다. 사람이 손으로 직접 옮겨 쓴 필사본은 물론이고 인쇄술이 발전하면서 등장한 방각본, 활자본까지 포함한 수치이다. 이를 통해서 이 작품이 여러 세대를 거치며 사람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고 또한 대량으로 출판되면서 더 많은 대중들에게 읽혔음을 알 수 있다.
『劉忠烈傳』은 제목에서 이미 ‘유충렬’이라는 인물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임이 드러난다. 제목의 한자를 유심히 살펴본 사람이라면, 주인공의 이름인 ‘忠烈’의 뜻만 가지고도 이 작품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忠烈’은 ‘충성하는 마음이 곧고 강하다.’는 의미이다. 천자를 향한 유충렬의 충성심을 빼놓고 그의 일생을 논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큰 위기에서 홀로 나라를 구한 영웅의 위상도, 헤어졌던 가족들과 다시 만나 누리는 개인적인 행복도 그가 천자에 대한 충성심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획득된다. 그러나 중국 명나라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주인공의 삶이 조선후기 독자들의 흥미를 자아낸 이유를 그가 보여주는 강직한 충성심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충신과 간신 사이의 선악 대결구도와 주인공이 영웅이 되기까지 겪는 고난, 가족들의 이합집산, 많은 분량이 할애된 전쟁 장면, 지상의 일에 개입하는 천상의 존재들 등, 이야기로서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들이 작품의 곳곳에서 발견된다. 특히, 유충렬이 전쟁에 뛰어들어 펼치는 맹활약은 나라를 구하는 행위인 동시에 자신의 가족을 몰락시킨 정한담을 응징하는 복수의 행위이다. ‘충성심’을 표면에 내세운 『劉忠烈傳』의 이면에는 이렇듯 평범한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흥미로운 요소들이 혼재되어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5세기 중엽, 영종황제 때의 명나라는 법령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나라의 안팎으로는 언제든 명나라를 위협할 수 있는 군사 세력이 도사리고 있었고 황제는 유약한 인물이었다. 황제는 위태로운 상황을 타개하고자 수도를 다른 곳으로 옮기려 하였으나 창해국의 사신인 ‘임경천’의 조언을 듣고 이 생각을 접는다. 이후 나라가 차츰 평안해지는 가운데 개국공신 유기의 13대 손인 ‘유심’이라는 신하는 자신의 직무를 충실히 행하며 나라의 온 사람들에게 칭송을 받는다. 그러나 정언주부의 벼슬에까지 올라 세상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유심에게도 근심이 있었으니, 바로 늦은 나이임에도 슬하에 자식을 두지 못한 것이다. 부인 ‘장씨’의 간청으로 부부는 남악산에 올라가 아이를 바라는 기도를 올리고 마침내 장씨는 신비로운 태몽을 꾸게 된다. 꿈속에 하늘나라의 선관이 나타나 자신이 옥황상제에게 죄를 짓고 인간 세상으로 쫓겨나 갈 곳이 없던 차에 남악산 산신령의 지시를 받고 부인에게 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날부터 태기가 있던 장씨는 열 달 후에 아들을 출산한다. 이 아이가 바로 유충렬이다. ‘대명국 대원수’라는 글자를 몸에 새기고 태어나 탄생부터 예사롭지 않았던 그는 일곱 살 되던 해에 이미 뛰어난 문무를 겸비한다.
한편, 호시탐탐 황제의 자리를 넘보던 조정의 간신 ‘정한담’과 ‘최일귀’는 조공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토번과 가달을 정벌하자고 주장하고 이를 반대하는 유심을 모함하여 황제로 하여금 유심을 유배 보내도록 만든다. 유심은 유배지로 가기 전 유충렬에게 나중에 다시 만나도 서로를 알아볼 수 있도록 죽도竹刀를 신표로 남긴다. 그리고 유배지로 가던 길에 멱라수에 빠져 자살을 하려 하지만 수레를 호송하던 자들의 만류로 자살의 의지를 꺾는다. 
정한담과 최일귀는 황제에게 직언하던 유심을 제거하고 마침내 반역을 도모하기로 결의하는데, 두 사람을 돕던 옥관도사는 유충렬을 없애야 뜻을 이룰 것이라 말한다. 두 간신은 장씨와 유충렬을 죽이기 위해 유심의 집에 불을 지른다. 그러나 본디 천상의 선관이었던 유충렬은 비범한 인물인지라, 지상에서도 역시 하늘의 보호를 받았다. 어머니 장씨가 위험을 예견하는 꿈을 꾸고 당장의 화를 면했던 것이다. 두 간신은 하늘에 서린 영웅의 기운이 걷히지 않았다는 옥관도사의 말을 듣고 자신들의 계략이 실패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급히 군사들을 보내 이들을 뒤쫓도록 하는데, 이 와중에 모자는 서로의 생사도 모른 채 헤어진다. 여기에서부터 장씨와 유충렬의 이야기가 각각 전개되기 시작한다. 장씨는 목숨은 건졌으나 자신을 아내로 삼으려는 사공의 간사한 꾀에 걸려들어 도적의 소굴에 갇힌다. 여기에서 간신히 도망을 나왔으나 다시금 잡힐 위기에 처하고 이번엔 용왕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삶의 의지를 잃은 장씨는 도적의 소굴에서 발견한, ‘유충렬에게 전하라’는 글귀가 쓰인 옥함에 유서를 남기고 물에 뛰어들려 한다. 마침 지나가던 여인이 장씨를 말리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는데 이곳은 마침 남편 유심의 친척인 이처사의 집이다. 그리고 후에 아들과 해후하기 전까지 장씨는 이곳에서 지내게 된다. 
걸인의 행색으로 방방곡곡을 떠돌며 열네 살이 된 유충렬은 아버지 유심이 유배를 가던 중 죽으려고 했던 멱라수에 이른다. 멱라수 근처에 자리한 ‘회사정’이라는 정자에서 아버지가 새긴 유서를 발견하고 그는 아버지를 따라 죽기로 작정하는데 꿈의 계시에 따라 이곳에 당도한 ‘강희주’를 만나 마음을 바꾼다. 강희주는 본시 승상의 벼슬을 하다가 간신들의 미움을 받아 참소를 당해 영릉땅에 내려와 살던 재상이다. 그는 호의를 베풀어 유충렬을 집에 기거하도록 한다. 그리고 유충렬과 자신의 딸을 혼인시킨 뒤, 유심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상소를 천자에게 올린다. 간신들의 말에만 귀를 기울이던 천자는 유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도리어 강희주를 귀양 보낸다. 관청의 노비가 될 운명에 처한 강희주의 부인 ‘소씨’는 결국 자결하고 딸인 ‘강낭자’는 관기의 신분으로 살아가게 된다. 또다시 가족과 헤어져 정처 없는 길을 나선 유충렬은 출가를 결심하고 찾았던 백룡사에서 노승을 만나 신묘한 술법을 익힌다.
한편, 정한담 역시 도술을 연마하며 훗날을 도모하고 있었다. 때마침 남쪽의 흉노와 북쪽의 오랑캐가 합심하여 명나라를 침략하자 이를 기회로 삼은 두 간신은 군사를 이끌고 나가 도리어 적국과 손을 잡는다. 충신들을 벌하고 간신들에게 배반당한 천자는 절체절명의 궁지에 몰린다. 그러한 천자의 앞에 나타나 적군들을 물리치고 전세를 역전시킨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천사마를 타고 하늘이 내린 무기로 무장한 유충렬이다. 초인적인 능력으로 전장을 누비며 천자와 명나라를 구한 유충렬은 모반을 꾀한 두 간신을 죽이고 적국으로 끌려간 황후와 태후, 태자를 구출한다. 그는 고국으로 돌아오던 길에 아버지와 장인, 어머니와 아내를 차례로 만나 잃은 줄 알았던 가족을 되찾는다. 그리고 명예와 부를 누리며 행복하게 살아간다. 
img_유충렬전_47page『劉忠烈傳』에서 약하고 비겁하게 그려진 ‘천자’의 모습은 이 작품의 대중적 인기 요인들과 더불어 시선을 끄는 부분이다. 앞서 밝혔듯 이 작품의 외적인 주제가 ‘충성심’을 강조하는 듯 보임에도 불구하고 불행한 사건의 대부분은 간신들의 손아귀에서 놀아난 천자의 무능함에서 연유하고 있다. 천자는 선보다는 악의 편에 가깝고 이런 그를 위해 주인공이 충성하는 것 또한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폐하께서 전일에 정한담과 최일귀를 충신이라 하시더니 충신도 역적이 되어 제 임금을 죽일 수 있습니까? 그놈의 말씀을 듣고 소장의 아비를 연경으로 귀양 보내어 죽이고 …(중략)… 임금이 한마디 말과 행동을 중히 여기는 것은 종묘와 사직을 존중히 여기는 일입니다. 지금 사해에 적자 같은 백성의 피가 산해에 흘렀으니 간절히 폐하를 위하여 통곡합니다.(47-48)

아버지 유심을 억울하게 귀양 보낸 천자를 돕기 위해 유충렬은 두 번 생각하지 않고 달려왔지만 맹목적인 충성심을 지닌 인물은 아니다. 천자의 앞에서 그의 잘못을 책망하고 백성들을 위해 일언일행을 신중히 할 것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 작품이 창작되고 폭넓게 읽힌 시기가 병자호란 이후부터 일제 강점기까지였음을 감안하면, 유충렬의 발언은 무능한 국가를 향한 당대 백성의 심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백성들은, 하늘에서 내려와 위기의 순간마다 하늘의 보호를 받는 영웅의 운명에서 당시의 암담한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을 보았을지 모른다.
빈번한 우연과 하늘의 계시로 이루어진 유충렬의 일대기는 타국을 배경으로 삼아 펼쳐진 허구의 영웅담이다. 그러나 이 한 편의 소설이 긴 시간 동안 대중들의 사랑을 받으며 지금까지 전해진 것은, 이 한 편의 소설이 대중들에게 즐거움과 통쾌함, 막연한 희망을 동시에 선사하는 놀라운 힘을 가졌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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