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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等朝鮮語及漢文讀本
朝鮮總督府 | 朝鮮總督府, 1913
고등조선어급한문독본 , 활자 , 식민지배 , 일제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img_고등조선어급한문독본 표지

 

 

의식 수준이 높은 한국인 '고보생'들을 겨냥한 교과서

 

『고등조선어급한문독본(高等朝鮮語及漢文讀本)』은 ‘조선어’와 ‘한문’ 두 교과를 합하여 편찬.발행된 고등보통학교용 국어과 교과서이다. 
일제는 1911년 8월 23일자로 제1차 조선교육령을 공포했는데, 이에 따라 가장 먼저 펴낸 중등학교용 교과서가『고등조선어급한문독본』이다. ‘중등학교’란 고등보통학교, 즉 ‘고보’를 말한다. 
이 교과서의 저작.발행자는 조선총독부이고, 인쇄소는 ‘서무부 인쇄소’*이다(* 총독관방 서무부에 소속된 인쇄소를 말함.). 1913년 3월에 권 1, 권 2가 편찬.발행되었고, 권 3은 같은 해 6월, 권 4는 같은 해 10월에, 권 5는 1922년 10월에 각각 편찬.발행되었다. 정가는 각 권이 각각 56전으로 같다. 
먼저, ‘고보’의 각 학년당 1권씩 전체 5권으로 된『고등조선어급한문독본』의 사용과 관련하여 당시의 학제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일제는 1911년 8월에 제1차 조선교육령을 공포하여 종전의 고등학교를 고등보통학교로 개칭하고, 입학 자격을 12세 이상으로 정했다. 따라서 4년제 보통학교를 졸업했거나 그와 동등한 자격이 있는 자가 입학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면서 수업 연한을 4년으로 정한 바 있다. 또 여자고등보통학교의 경우는 3년으로 정했다. 뒤이어 1922년에 이르러서는 같은 해 2월 4일자로 제2차 조선교육령을 개정.공포하여 고보의 수업 연한을 4년에서 5년, 여고보의 수업 연한도 3년에서 4년으로 연장했다*(* 함종규, 1974, 71쪽, 104쪽). 
『고등조선어급한문독본』은 그러한 수업 연한에 따라 일선의 고등보통학교 현장에 전달되었으며, 권 5의 경우만 학제 변경과 궤를 맞추어 1922년에 발행된 것으로 보인다. 
『고등조선어급한문독본』이 나온 무렵에는 이름 있는 사학들(휘문, 중앙, 보성, 배재, 양정 등)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교재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었다. 예를 들면, 보성중학교에서 펴낸『윤리학교과서』(신해영 편술, 1906), 그리고 휘문의숙의『고등소학독본』(휘문의숙 편집부 편찬, 1906) 등이 그와 같은 사례들이다. 
그러므로 일제 당국으로서는 그들의 손으로 앞서 편찬된 고보용 도서가 없는 형편이었다. 요컨대, 한국인 고보생을 위한 일본인 저작으로 나온 조선어 또는 한문 교과의 교과서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처지에서 일제는 매우 중대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즉, 우리의 사학들에서 낸 교과서들에 대한 대응 문제가 그것이다. 왜냐하면, 이 교과서들은 하나같이 자주 독립과 애국애족 등 민족주의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일제 당국으로서는 우리의 교과서들을 폐기시키고 하루빨리 그들이 낸 것으로 교체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판단을 낳게 했다. 그래서 서둘러 낸 교과서가『고등조선어급한문독본』이었다.

 

『고등조선어급한문독본』의 꾸밈

 

일제는 우리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과서를 교체해 가는 과정에서 근대화된 물정이나 일본의 자랑거리, 그리고 문명사회로 나아가는 내용을 학습해야 한다는 구실을 붙였다. 그것은 좀 더 넓은 세상을 보아야 한다는 것이며, 모든 분야에서 근대 지향적인 안목을 갖추는 것이다. 이는 일종의 계몽주의적인 교육 정책인 듯싶었다. 이러한 일련의 생각은 구한국 시대부터 우리 사회에서 사용되고 있었던 여러 교과서들에 대한 배제 심리를 드러낸 데 지나지 않았다. 
당시 우리의 교과서들은 형식이나 제작 기술이 낙후되어 있긴 했으나 민족 교육 수단으로서 최선을 다한 교재들이 적지 않았다. 그것은 외세에 대한 경각심을 늦추지 말라는 것과, 우리의 역대 영웅.위인들이 끼친 사적을 본받음으로써 애국애족 정신을 길러야 할 것임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내용의 교과서를 경험한 것은 초급학교(소학교)에서 고급학교(고보) 학생들에 이르기까지 마찬가지였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일제가 특별히 관심을 쏟은 것은 학습 수준이 높은 고보생들의 교과서에도 애국애족과 민족주의를 기리는 내용이었다. 그러한 진실은 대단히 불편한 표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한 대응 무기로 내민 것이『고등조선어급한문독본』으로 나타났다. 이는 물론 ‘한국적인 것’을 추방한다는 데 편찬 목표를 전제한 교과서였다. 
그러면『고등조선어급한문독본』의 꾸밈을 살펴보자. 우선, 외형의 꾸밈은 5권 모두 국판(14.8cm× 21.0cm)을 약간 변형한 규격(15cm×22cm)이며, 갱지를 사용했다. 4침선장(四針線裝, 四針眼釘)으로 제책되어 있다. 여기서, ‘4침선장’이란 책의 오른쪽 등매기를 굵은 실로 네 번 매어 고정시킨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제책 형식이 5침선장본(五針線裝本, 五針眼釘本)임에 비하여, 중국이나 일본의 경우는 대체로 4침선장본이다. 1900~1910년대에 나온 교과서들은 주로 4침선장본 형식을 따랐다. 
표지는 두꺼운 용지에 진녹색 엠보싱지를 입혔다. 책 이름은 표지 왼쪽 상부에 별지*로 붙였다〔* 책 이름을 별도로 표시하여 표지에 첩부(貼付)하는 지편(紙片), 즉 제첨(題簽)을 말함.〕. 
각 권의 본문은 모두 세로짜기이고 조선어 단원에서 4호 활자(14포인트), 한문 단원에서는 3호 활자(16포인트)를 사용했다. 문장 부호는 쉬어 읽어야 할 부분에 모점( 、)을 찍었고, 글줄이 종지형으로 끝날 때는 고리점(∘)을 찍어 놓았다. 
띄어쓰기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것도 이 책의 본문에서 얼른 눈에 띄는 현상이다. 문단을 바꿀 경우에는 좌우 글줄의 머리에 맞추는 선에서 바꾸고자 하는 글줄을 끌어 올렸다. 매 쪽 상단에는 주를 담는 난을 두어 본문의 특정 글줄에 있는 단어나 고유명사 등에 관한 내용을 그 글줄 위의 주 난에서 보완하는 형식을 보였다. 
본문 쪽수는, 권 1은 100쪽, 권 2는 132쪽, 권 3은 106쪽, 권 4는 138쪽, 권 5는 138쪽으로 되어 있다. 전체를 통틀어 부록 등의 후속 자료가 실려 있지 않다. 단원 수의 경우 권 1은 77개과, 권 2는 92개과, 권 3은 61개과, 권 4는 55개과, 권 5는 62개과로 되어 학년이 올라갈수록 적은 편제 경향을 보인다. 
『고등조선어급한문독본』의 내용 꾸밈을 보자. 이 책은 ‘조선어’와 ‘한문’ 교과를 합하여 하나의 교과서로 편찬.발행된 것이지만, 양대 교과를 구분하지 않고 혼합 편제 형식으로 되어 있다. 
교재의 주된 내용은 한문에 치중했고, 조선어에 관련되는 것은 국.한문 혼용 체제로 다루었으나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한문 분야는『논어』,『예기』등의 경서나 중국 시인들이 남긴 작품, 그리고 그쪽의 고대 문적들에서 따온 내용이 대부분이다. 다시 말해서, 경사자집(經史子集)*에서 내용을 짧게 선택한 것이다〔* ‘경’은『예기(禮記)』,『춘추(春秋)』등의 경서(經書), ‘사’는 역사책, ‘자’는『맹자(孟子)』,『노자(老子)』등의 자서(子書), ‘집’은 시(詩).부(賦) 등의 집(集)을 말한다.〕. 따라서 고금의 여러 저술들에서 교훈이 되는 것과 모범적인 글, 그리고 새로 지은 글들도 선택했음을 밝히고 있다*(* 각 권의 책머리「범례」3항). 
이러한 내용과 관련하여 “이 책에 싣는 교재는 한문 위주로 하고 조선문을 약간 보탰다.”*고 밝히기도 했다(* 각 권의 책머리「범례」2항). 이른바, 한문이 주가 되고 한글이 종속적인 체제로 이 교과서를 꾸민 것이다. ‘조선문’에 관한 내용은 조선의 실업이나 한문 교재를 번역한 것을 실었다고 공개했다. 이는 일본에서 사용 중인『한문』이나『고등국어독본』에 실린 것을 번역한 글이란 뜻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를 끄는 것은 "조선어 시간이 많은 학교에서는 다른 교재에서 학습 내용을 선택하여 보충해도 좋다."*고 밝힌 점이다(* 각권의 책머리「범례」4항). 하지만, 이러한 안내는 결국 일본 교과서로 학습할 것을 유도함으로써 우리의 고보생들을 세뇌한다는 속셈이 들어앉아 있었다. 
한문과 조선어문을 다룬 비중은 건수 비교 표*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고등조선어급한문독본』의 조선어문과 한문 단원 수 비교〉 참조).

 

『고등조선어급한문독본』의 조선어문과 한문 단원 수 비교

구분 단원수 조선어문 한문
권1 77 8 69
권2 92 9 83
권3 61 5 56
권4 55 7 48
권5 62 8 54
합계 347 37 310

 

이로 볼 때, 전제 5권의 총 347개 단원 중에서 조선어문이 고작 10.6%를 점유했고, 한문의 경우는 89.3%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로 보아, 한문은 조선어문에 비해 8.4배의 점유 현상을 보인 것이다. 이러한 지나친 쏠림 현상은 우리의 사적이나 인물, 그리고 풍속 등에 대하여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과서를 통한 식민 지배 전략이 그렇게 드러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 각 권의 내용 꾸밈에 나타난 특징을 간단히 살펴보기로 한다. 
권 1: 경서나 옛 전적에서 취재한 글은 조직이 체계화되어 있지 않다. 이 책을 통해 일본인의 글과 사적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조선어문 8건 중「기념 식수 규정」(11과)을 넣었다든지, 「조선의 농산물」(22과) 등 식민지 건설에 관심을 둔 주제를 실었으나 우리의 문학 작품들을 외면했다.

 

img_고등조선어급한문독본 9~10, 24 페이지

 

권 2: 권 1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특히 총 92개 단원 중에서 일본인의 글이 30편이나 실려 있다. 모두 그들의 역사 인물이 남긴 사적이나 시문 등이다. 우리 학자로는 이익, 이이, 정약용, 박지원의 글이 실려 있다. 
권 3: 이 책에서는 일본인의 글이나 사적을 소개한 단원이 적다. 권 2에서 집중적으로 다루었으므로 탄력을 주기 위함인 것 같다. 그 대신에 중국의 경서나 시문 등에서 옮긴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우리의 학자들은 이덕무와 이이가 남긴 글만을 보일 정도이다. 더욱 놀라운 일은 조선문으로 일왕에 대한 충성을 다룬 내용(4과)를 싣고 있다는 점이다.

img_고등조선어급한문독본 4~6 페이지

 

권 4: 이 책에서도 중국 고전과 일본인들의 글을 섞어 실었다. 조선문으로 내보인 것은「미작(米作) 개량에 관한 훈령의 요지」(15과)라 하여 여전히 식민 지배에 필요로 하는 내용 등 모두 7개과로 드러냈다. 
권 5: 기이하게도 이 책에서는 우리의 역사 인물 여럿을 소개하여 주의를 끈다. 물론, 그들이 남긴 글을 인용해 보인 것이다. 그 이유는 이 책이 고학년용이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고보의 고학년 학생들은 의식 수준이 높다는 사실을 간파한 것으로, 그들의 모순적인 교과서 편찬 태도를 말해 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자가당착의 극명한 사례라 할 것이다.

 

『고등조선어급한문독본』이 말해 주는 것

 

『고등조선어급한문독본』은 일제가 제1차 조선교육령을 공포하고 나서, 이 땅에서의 교육을 그들 방식대로 밀어 나가고자 할 때, 동일한 명칭의 교과서로는 첫 작품으로 편찬.발행된 것이다. 그들은 한 단위 교과서 안에 두 개의 교과목을 합하면서 가장 기본적이어야 할 대등한 설정에 인색했다. 어디까지나 그들의 잣대에 따라 조선어와 한문을 요리하면서, 마침내는 부족한 것이나 더 학습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일본 교과서를 보라 했다. 아주 고약한 작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그와 같은 경험이나 기억해야 할 일이 이 땅위에서 자행되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그러한 정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부끄러운 뒤안이며, 다시는 되풀이되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러한 되짚음을 통하여 진실한 역사 진행이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본다. 
진실이란, 인간 사회의 보편적 법칙에 따라 너와 나, 그리고 우리들 모두가 옳다고 믿게 될 때 공유해 나가는 공동 선(善)으로서의 가치 신념을 말한다. 강조해 말할 나위도 없지만, 교과서가 그러한 가치 신념을 자라나는 세대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사실이야말로 변함없는 진실이다. (이종국)

 

 

참고문헌

박붕배,『한국국어교육전사(상)』, 대한교과서주식회사, 1987.
박철희,「식민지기 한국 중등교육 연구」, 서울대학교 대학원 박사논문, 2002.
유봉호,『한국교육과정사 연구』, 교학연구사, 1992. 
이종국,『한국의 교과서』, 대한교과서주식회사, 1991.
정재철,『일제의 대한국식민지교육정책사』, 일지사, 1985.
허재영,『일제강점기 교과서 정책과 조선어과 교과서』, 도서출판 경진, 1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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