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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판 딱지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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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독서ㆍ출판문화는19세기 말 서양에서 새로운 인쇄 기술이 도입되면서 크게 달라지게 됩니다. 이전에도 물론 금속활자로 만든 책과 상업적인 출판물이있기는 했지만, 주로 손으로 일일이 베껴서 책을 만들거나 칼로 목판에 글자를 새겨서 책을 찍었습니다. 책을 빨리 많이 만들지는 못했던 것이지요. 그런데 신식 활판 인쇄기로 납활자를 써서 인쇄한 책이 대량 생산되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나온 책을 ‘구활자본 또는 신연활자본’이라 하고, 구활자본으로 찍혀 나온 여러 종류의 소설을 ‘구활자본 소설’이라 부릅니다. 

‘딱지본 소설’은 바로 이 구활자본 소설의 별명입니다. ‘딱지본’이라는 말의 유래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지만, 대부분의 구활자본 소설 책이 마치 딱지처럼 울긋불긋하게 채색된 표지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생긴 별명이라는 설명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1910년대부터 크게 인기를 끌고 융성하기 시작한 딱지본은 보기 편한 큰 활자를 사용했습니다. 책 본문을 읽기 쉽게 하기 위해서였지요. 책에서의 띄어쓰기나 한자 병기, 대화자 표기도 딱지본 때문에 일반화되고 안착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표지를 채색한 것도 물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기 위한 방편이었지요. 

그림이 사용된 책 편집과 장정이 일반화된 이후에는 딱지본 표지는 유치함과 상투성의 대명사인 것처럼 여겨졌지만, ‘책’이라 불리는 사물에 그와 같은 색상과 일러스트가 처음으로 사용되었다는 점은 기억할만합니다. 전통적인 민화와 서구적 회화기법이 병행된 딱지본의 표지그림과 문자가 미디어에서 본격적으로 결합하게 된 것입니다. 한마디로 딱지본은 편집 체제와 장정의 면에서 획기적인 새로움을 갖고 있었습니다.

 

 

딱지본 소설은

이미지1920-30년대까지 매년 수만 권 이상 팔려나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게 광범위하게 대중적으로 소비되었다는 사실도 역사적으로 대단히 큰 의미를 갖습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20세기 초에는 문맹률도 높고 활자문화 자체가 뿌리를 내리지 못했습니다. 책을 읽거나 소유하는 일도 아직 모든 보통사람들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값싼 책이 대량 생산되고 널리 읽힘으로써 문자문화가 확산되고, 특정한 계층만 책을 소유하고 즐기던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된 것입니다. 딱지본 소설이 책 읽기의 대중화·근대화에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딱지본 소설은 한때는 첨단적인 문화 상품이었지만, 1930년대 이후에는 문화의 중심에서 밀려나고 하위문화의 상징처럼 되었습니다. 시골 장터에서는 1960-70년대까지 딱지본 책이 팔렸다고 합니다. 딱지본으로 나온 책 중에서는 여기 소개되는 것과 같은 소설류가 가장 많지만, 소설 외에도 창가집처럼 인기 있는 다른 장르의 책도 딱지본으로 나왔습니다. 

딱지본 소설도 그 종류가 정말 다채롭습니다. 가장 많은 부류는 유명하고 오래된 『홍길동전』『박씨전』『구운몽』『삼국지』 같은 고전소설류이지만, 꼭 고전소설만 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애국부인전』『치악산』『추월색』같은 작품은 1900-10년대의 첨단 문화 상품이자 한국 근대문학사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소설들이었습니다. 또한 대중문화 상품으로서 딱지본 소설은 시속이나 다른 문화 영역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민감하게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신일선의 눈물』ㆍ『강명화전』처럼 실제 유명 인물을 모델로 하거나, 1920-30년대의 정치ㆍ사회의 현실을 직접 반영하여 쓴 『술은 눈물인가 한숨이런가』 『만주황야 대담한 백의청년』ㆍ『비행전쟁』 같은 소설도 딱지본으로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딱지본은 가장 대중적이고도 유행에 민감한 한 시대의 문화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흥부전박씨전홍길동전전우치전

<흥부전><박씨전><홍길동전><전우치전>

 

 

딱지본 소설을 통해 조상의 전통과 전설이 살아 숨쉬는 고전의 세계와, 대중문화가 꽃피고 민중이 문화향유의 주체가 된 새로운 세상이 연결되고 있었던 것이다. 오래되고도 새로운 이야기 세상을 딱지본 소설로 만나보시지요.

 

집필

2011년도 천정환 교수 
2014년도 이주영 교수, 김성철 교수

 

감수

2011년도 이주영 교수 
2014년도 권순긍 교수

 

 

 

 

[카테고리별 소개]

 

 

영웅군담소설[ 바로가기]

조선 후기에는 훌륭한 가문에서 재능이 뛰어난 자가 태어나 현실의 고난을 극복하고 영웅으로 승리하는 주인공의 일대기를 담은 소설들이 많이 창작되었다. 이러한 작품들은 당시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듯하다. 하나의 작품마다 여러 이본들이 있으며 20세기 초 딱지본으로도 다시 개작되어 출판된 것으로 보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작품들을 ‘영웅군담소설’이라 분류하기도 하는데 영웅소설이 영웅의 일대기를 다룬 것이라면, 군담소설은 역사적 사실의 토대 위에 전쟁을 소재로 한 것을 말한다. 영웅과 군담을 함께 통합한 것은 영웅이 등장하여 현실에서의 전쟁을 극복하는 내용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어려운 시기에 영웅이 탄생된다는 말도 있듯이 영웅의 일대기에 전쟁이 들어가면 영웅의 면모는 더욱 부각된다. 따라서 영웅이 등장하는 소설에는 전쟁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 필연성도 있다. 비슷한 소재들을 하나의 틀로 규정하는 것은 자칫 원작을 왜곡하는 시선을 낳기도 하지만 작품들을 일정한 분류 틀로 나누어 보는 것은 수많은 작품들의 숲에서 길을 잃지 말라는 의미에서 쉽게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따라서 같은 계열로 묶였지만 하나하나 그 작품별로 따져보면 그 속에서도 각각의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순수하게 영웅의 일대기를 담은 소설로는『유충열전』,『홍길동전』,『전우치전』,『장국진전』으로 볼 수 있다.『유충열전』의 경우는 주인공의 일대기를 통해 충, 효 와 같은 도덕적 교훈을 보여주며,『장국진전』은 중국[명나라]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주인공 장국진의 일생을 통해 불교와 도가적 세계관을 보여준다.『홍길동전』과『전우치전』은 민중을 위한 영웅의 모습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 된다.『전우치전』같은 경우 영웅의 일대기가 서술된 것이 아니라 우치라는 인물의 신비한 도술 능력을 통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제공한다는 특징도 있다. 전쟁을 소재로 군담 요소를 담은 소설로는『조웅전』,『조자룡전』,『(신소설)애국부인전』,『박씨전』이 있다. 『조웅전』은 조선 후기에 창작되었는데 주인공의 활약상을 중심으로 중국 남북조 송나라(420~479)를 둘러싸고 벌어진 전쟁을 묘사하고 있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영웅 중 하나로 조자룡이라는 인물을 활용하여 창작된『조자룡전』은 산양대전을 다룬 소설로 적벽대전 이후 유비가 조조와의 ‘한중漢中’ 쟁탈전에서 승리하는 이야기이다. 서구의 전쟁과 그 영웅의 이야기를 번안한 장지연의『(신소설)애국부인전』은 영국과 프랑스가 벌인 백년 전쟁에서 프랑스를 승리로 이끌었던 구국 영웅 잔다르크의 일대기에 창작적 요소가 가해진 소설이다. 이 소설은 1907년 당시 외국소설의 번역·번안 사업이 애국계몽운동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던 시대적 사안과 맞물려 창작된 소설이었다. 당시『(신소설)애국부인전』을 ‘애국성’이 있는 남녀는 마땅히 봐야할 책이라고 광고했을 정도로 민족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한 기획물로 보아진다. 같은 여성의 영웅을 내세운『박씨전』은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여성 영웅의 모습을 담은 소설이다. 이 소설의 흥미로운 점은 여성의 활약상과 현실에서 승리하지 못한 전쟁을 소설에서 승리한 것처럼 서술하여 독자에게 당위적 허구를 선사하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의 작품은 주인공의 일대기 속에 고난과 부딪치고 그 고난을 극복하는 능력을 획득하게 되어 전쟁을 통한 영웅적 면모를 보인다든지, 민중을 돕는 사회의 정의를 실현하는 영웅적 면모를 부각시켜 영웅의 일생을 통한 창작자의 주제의식이나 당시의 사회적 비판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사회세태소설[ 바로가기]

‘사회 소설’은 사회 문제나 사회 현실을 다룬 소설을 말한다. 여기에 작가가 사회의 부조리나 모순을 드러내어 비판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세태世態소설’은 ‘世態’라는 한자에서 알 수 있듯 ‘인간의 모습’을 다룬 소설을 일컫는다. 때문에 사회·세태 소설은 당대의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외적·내적 모습을 알 수 있게 한다. 특히 세태소설은 당대 세태의 변화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당대의 시대, 사회상을 광범위하게 사실적으로 제시한다. 또한 사람들의 일상생활, 사회의 풍속 등을 묘사하기 때문에 당시 사람들의 삶의 구체성을 알게 해준다.

딱지본 소설이 대량으로 생산된 1900년대 초반은, 동학농민운동(1894), 갑오경장(1894)의 영향 아래에 있었고 을사조약(1905), 한일병합조약(1910) 등의 굵직한 사건들이 일어난 격동의 시대였다. 이에 딱지본 소설 중 ‘사회·세태 소설’이라 분류할 수 있는 소설들은 이러한 역사적 현실 속에서 당대 사람들이 겪은 혼란의 양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작품을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이 시기는 봉건시대에서 근대로 이행하는 시기다. 때문에 소설은 봉건적인 사회 체제에서 빚어지는 행정 관료들의 경제적·도덕적 부조리를 보여준다. 이해조의 『모란병』(1911), 『花의 血』(1912), 김교제의 『현미경』(1912) 등이 이에 해당한다. 『모란병』은 봉건적인 사회 체제가 붕괴되면서 당시 보수적인 중인 계층의 몰락 과정을 그리고 있다. 『화의 혈』은 동학농민운동, 부패한 행정 관료를 소재삼아 기생에 의해 몰락한 지배층의 모습을 보여준다. 『현미경』은 동학농민운동 후를 배경으로, 지배층인 ‘정승지’에 의해 동학당으로 몰려 억울하게 죽은 ‘김감역’, 그 원수를 갚는 딸 ‘김빙주’의 이야기 중심으로 지배층의 간악함을 비판한다. 이 소설은 ‘현미경’처럼 인간 세태를 미세하게 포착하고 있다. 세 작품 모두 봉건 시대의 무능하고 악독했던 지배층의 몰락을 그림으로써 봉건적 사회를 비판하고 있다. 두 번째, 한일병합조약으로 인해 국권이 침탈된 상황에서, 일본의 강압적 제도에 반응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공진회』(1915), 『(쾌활) 대포성』(1926), 『滿洲荒野 大膽한 白衣靑年』(1934) 등이 그런 작품이다. 『공진회』는 3편의 단편소설이 들어있다. 이 소설은 조선 총독부가 주최한 <조선물산공진회>의 영향 아래에서 쓰인 것으로 ‘희·노·애·락·애·오·욕·겁’과 같은 인간 세계의 온갖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의도로 기획되었다. 3편의 단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일본’에 가거나, 일본인의 도움을 얻어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쾌활) 대포성』에서 ‘대포소리’는 강화도 조약(1876)을 통해 오랜 쇄국정책을 벗어 버리고 세계로 나아간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소설에서는 전쟁이 국가와 국민을 부흥시킬 수도 있고 헤어졌던 가족을 만날 수 있게 한다는 논리를 편다. 소설에서 헤어졌던 가족은 일본이 개최한 ‘공진회’에서 만나게 된다. 『滿洲荒野 大膽한 白衣靑年』은 일본 지배 하 조선인들의 ‘만주’에 대한 인식을 보여준다. 당시 궁핍한 생활에서 벗어나고자 만주로 이주한 조선인들도 있었지만, 이미 일본인화 되어 만주를 식민지로 만들고자 한 욕망에 사로잡힌 이들도 있었다. 이 소설은 일본의 식민지였던 조선의 현실을 은폐하기 위한 욕망을 반영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 지배 하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모습은 일본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혹자는 왜 일본에 저항적인 소설은 없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당시에는 일본에 의한 출판검열이 심했다. 때문에 반일적인 소설은 아예 출판되지 못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사회의 모습이 드러나는데, 직접적으로 표제에 ‘사회소설’이란 명칭을 단 『죄악의 씨』(1922)와 『단소』(1922)는 당시 기독교가 당대의 문제에 개입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그리고 『청천백일』(1935)은 당시 실제로 일어난 살인사건 ‘이수탁 살부공판’을 소재로 한 법정 이야기로 재판에 관한 제반사항이 자세하게 나타나 있다. 1900년대 초반에 생산된 딱지본 소설 중 ‘사회·세태 소설’은 당시 역사적 격동기를 살았던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는 이 소설을 통해 역동적인 시기를 살았던 당시 사람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가정가문소설[ 바로가기]

 

하나의 가정을 소재로 한다거나 장편의 규모로 몇대에 걸친 가문을 소재로 창작된 작품들을 ‘가정가문소설’이라 분류한다. 이들 작품들은 한 가정이나 가문에서 발생하는 문제, 형제간의 갈등, 처와 첩간의 갈등,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 등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가정 외부에서 가정을 파괴했을 때에 오는 상황 등이 서사의 주 내용이다.

『소운전』은 중국소설을 번안한 것으로 소씨 집안에 불어 닥친 시련과 그에 따른 복수극을 소재로 하고 있다. 여기에 한 가정이 서사의 토대가 되고 복수가 가족을 위한 위로였다는 점에서 가정가문소설로 분류하였다. 단, 복수가 공동체적 의식으로 표출된 것은 가족의 결속력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배경이라 할 수 있다. 판소리계 소설로 분류되나 가정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심청전』은 소규모 가정의 상황을 바탕으로 서사를 이끌어가기 때문에 이 분류체계에서 설명될 수 있다. 심청과 심봉사의 관계는 부모와 자식 간에 효라는 덕목의 중요성을 상기시킨다. 『장화홍련전』의 이야기는 전처의 소생과 계모와의 갈등을 담고 있는데 계모의 악행으로 시련을 당하는 장화와 홍련을 내세운 작품이다. 이처럼 한 가정의 처첩의 문제는 가정의 갈등으로 중요하게 내세워지고 있으면서 한편으로는 여성이 지녀야 할 덕목의 중요성을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런 도덕적 덕목의 중요성이 더 확장되어 대규모의 분량을 가지면서 창작된 것이 장편가문소설이다. 대표적인 작품으로『창선감의록』을 들 수 있다. 이들 장편소설은 17세기 후반부터 꾸준히 창작되었는데 주로 사대부가의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발전했다고 한다. 하나의 가문을 축으로 몇 대에 걸쳐 조망하면서 인간사의 온갖 다양성을 펼쳐 보이 여특징을 지닌다. 즉 몇몇의 가문이 서로 얽혀 그 속에서 남녀간의 만남과 헤어짐, 남녀 주인공의 영웅적 무용담, 처처간 혹은 처첩간의 질투로 인한 갈등 등 다채로운 이야기가 촘촘히 삽입되어 장편의 규모로 서사를 전개해 간다.『창선감의록』은 그 주 무대가 중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자칫 외국의 소설이 아닌가 하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데 이 여서사적 배경만을 그렇게 설정한 것이지 그 안에 풍속이나 정감은 우리의 정서를 잘 담아낸 우리나라에서 창작된 소설이다.『창선감의록』과 같이 중국을 배경으로 하여 처첩간의 갈등을 담은『사씨남정기』도 우리나라에서 창작된 대표적인 가정가문소설이다. 가정가문소설이 17세기 이후부터 많은 사대부여성들에 의해 소비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흥미를 위한 소비도 있었지만 그 안에는 여성의 교훈적 덕목을 강조하여, 유교 덕목이 바탕이 된 혈연 질서가 확고하게 자리 잡힌 완성된 가정·가문을 실현하기 위해서 소설이 하나의 교육적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나약한 개개인들이 모여 이룩한 하나의 가정·가문이 완성되기 위해 그들에게 주어지는 시련은 슬프고 가엾다. 독자는 자신도 하나의 가족 구성원으로 가정가문소설을 읽으며 주인공과 자신의 상황을 동일시하여 위로를 받기도 하고, 가족 간에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을 제시받기도 한다. 비록 가정가문소설이 윤리적 교육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하였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받는 고민들을 담고 있는 소설의 가치는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추리탐정소설[ 바로가기]

‘추리탐정소설’이란 기본적으로 범죄의 발생과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주체의 추리과정을 다룬다. 이로부터 추리탐정소설의 대략적인 소재와 플롯, 그리고 기법과 같은 추리소설의 ‘문법’이라 할 만한 것이 생겨난다. 그것은 주로 범죄의 동기, 범인과 사건 해결주체 간의 갈등, 추적 및 수사의 방식 등과 관계가 있다.

한국에서 추리탐정소설로 분류되는 서사가 등장하는 것은 1900년대 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탐정探偵’과 ‘정탐偵探’이라는 말이 혼재하고 있었는데, “탐정”, “탐정하다”, “정탐가”, “비밀히 정탐하여......”와 같이 쓰였다. 즉 두 용어는 사건을 비밀하게 조사하는 ‘일’, 혹은 그러한 일을 행하는 ‘사람’을 동시에 지칭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1910년대 초부터 “정탐소설”과 같은 장르표지를 붙인 서구의 번역․번안물들이 대거 소개되었으며, 이러한 번역․번안 현상은 1930년대까지 이어졌다. 그 예로『쩨클과 하이드』(조선야소교서회, 1921)나 『명금』(영창서관, 1923), 그리고 『흑의도』(삼문사, 1935) 등의 작품을 들 수 있다. 1886년 영국에서 발표된 『쩨클과 하이드』는 1921년 조선에서 처음 발표되었는데, 발행자는 이 작품의 인기가 전 세계적인 것임을 강조하면서, 조선의 독자 역시 이러한 세계문학의 독서현상에 동참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이중인격’과 같은 모티프는 이후 유사한 범죄기사나 추리물 등에 적극적으로 차용되는 등 조선의 독자들에게 인상적으로 각인되었다. 『명금』의 경우는 그것이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먼저 알려졌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보물’의 비밀이 담겨 있는 ‘명금’을 빼앗기 위한 속임수와 추격의 과정이 역동적으로 그려진 이 작품은 영화의 대중적인 인기에 힘입어 딱지본 소설로도 여러 차례 간행되었고, 1930년대까지도 널리 회자되었다. 한편, 『흑의도』는 근대 초기 추리탐정 번안물들로부터 생겨난 ‘혼종성’을 잘 보여주는 예다. 서구의 문물 및 제도를 조선의 그것으로 번역하면서 생겨난 일종의 ‘괴리’는 매우 이질적이고도 독특한 독서효과를 창출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번역․번안 현상과 함께 조선에서 창작된 초기 추리탐정소설로 언급할 수 있는 것이 이해조의 『쌍옥적』(동일서관, 1917)이다. 이 작품은 1908년 처음 『제국신문』에 연재되다가, 이후 1910년대에 여러 차례 단행본으로 간행되었다. 이 소설은 ‘동학농민운동’과 같은 당대 정치․사회적 조건을 사건구성에 적극적으로 차용하며, 이를 해결하는 주체를 한일합병 이전까지 존속했던 ‘별순검’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러한 서사의 구성과 배치는 서구 추리탐정물들과는 구별되는 조선 특유의 ‘정탐서사’의 전통 형성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1920~1930년대에는 본격적인 추리탐정소설 독서 열풍이 생겨난다. 이때 창작된 작품들은 소재와 기법, 그리고 주제의식 면에서 매우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는데, 몇 가지 특징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언급할 수 있다. 먼저, 당대 신문․잡지에 보도된 범죄 기사들과의 관련성이다. 근대 문물의 발달, 익명적 대중사회의 확대와 같은 시대적 조건에 힘입어, 근대적 범죄의 증가와 당대 추리탐정소설의 인기는 긴밀한 관련을 맺고 있었다. 추리소설의 문법을 차용하는 방식으로 범죄기사가 작성되기도 했고, 역으로 미디어의 보도기사를 바탕으로 실제 있었던 범죄사건이 소설화되기도 했다. 1934년 발생한 ‘함남총기탈취사건’을 다룬 『암야의 총소리』(대성서림, 1934)는 그 대표적인 예다. 두 번째는 ‘만주’와 같은 조선 추리탐정소설만의 독특한 배경이 설정된다는 점이다. 1930년대 만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확산에는 만보산사건 및 만주사변, 그로부터 파생된 일본 당국의 지배정책의 영향이 컸다. 만주는 꿈과 희망을 이룰 수 있는 ‘낙토樂土’로서 조선인들의 이주가 장려되는 한편, ‘미지의 땅’에 대한 공포 또한 확대되고 있었다. 『혈누의 미인』(세창서관, 1935)과 같은 작품이 이를 잘 보여주는데, ‘만주’란 현실을 이탈․초월해서 욕망을 실현시킬 수 있는 장소이면서 동시에, 폭력과 범죄가 만연한 곳으로 상상되어 추리탐정소설의 무대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세 번째는 사법당국과의 경쟁구도 형성을 통해 당대 식민현실 및 근대 법제도에 대한 비판의식이 드러난다는 점이다. 예컨대, 『암야의 총소리』에서는 당대 식민정책과 같은 사회의 구조적 모순으로부터 생겨난 ‘가난’이 범죄동기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 때문에 발생한 ‘총기탈취’ 및 ‘강도’ 사건은 식민지 조선 전체의 ‘치안’을 위협하여 ‘대혼란’을 초래하는 것으로 서사화 된다. 또한 『혈누의 미인』과 같은 작품은 근대 법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원한’과 ‘복수’의 영역을 문제삼음으로써 절대화된 근대 문물 및 제도의 무능과 허위성을 폭로하고 있다. 근대 초기 식민지 조선에서 널리 읽혔던 추리탐정소설들을 읽어보면, 그것이 정전화된 서구 추리탐정소설과 유사하면서도 구별되는 독특한 주제의식과 미학을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추리탐정소설이 당대 첨단의 물질문명 및 과학기술을 총동원할 수 있는 매우 근대적인 소설 형식이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동시에 추리탐정소설은 문명과 기술이 도달할 수 없는 인간 본성의 문제나, 강고한 법제도의 ‘틈’과 같은 ‘잉여’의 영역을 끊임없이 발견해냄으로써 당대 현실에 대한 입체적인 사유를 가능하게 했다.

 

 

애정소설[ 바로가기]

 

남녀 사이의 애정문제를 핵심적인 주제로 다루는 ‘애정소설’ 은 고전소설부터 현대소설에 이르기까지 널리 사랑받고 있는 장르이다. 애정소설이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남녀의 ‘사랑’과 ‘연애’는 시대를 초월한 공통의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독자들의 ‘흥미’와 ‘재미’를 유발하기에 적합한 주제이다. 하지만 애정소설은 단순히 ‘흥미’ 와 ‘재미’라는 통속적 요소만을 가지고 있지 않다. 남녀 사이의 애정문제가 서사화 되면서, 당대 사회의 지배적 가치관과 제도적 요건을 통찰하는 작가의 시선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애정소설은 남녀의 ‘만남-교제-수난-극복’이라는 서사 과정을 거친다. 창작 시기에 따라 이 중 일부가 생략될 수도 있지만, 남녀의 사랑이 방해요소를 만나서 현실적 어려움을 겪다가 이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서사가 마무리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특히 ‘수난’ 과 ‘극복’ 이라는 서사과정이 어떠한 방식으로 나타나느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들 요소가 구조화되는 가운데 저자의 세계관이 드러나며 해당 작품의 위치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191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출간되기 시작한 딱지본 소설의 장르 중에서 애정소설은 ‘사회세태소설’ 과 더불어 가장 널리 읽힌 장르였다. 400여종에 이르는 개작을 자랑하는 『춘향전』의 존재가 대표적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애정소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1910년대에 주로 창작된 개·신작 고전소설이다.『춘향전』의 수많은 이본과 『추풍감별곡』『부용의 상사곡』『청년회심곡』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주인공 기생과 양반집 도련님의 사랑이라는 구도 아래, 이들의 관계가 수평적 위치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고전소설에서 양반집 도남녀의 신분차이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령『청년회심곡』에서 주인공 진성과 월낭의 사랑을 방해하는 것은 이들의 신분적 차이가 아니라 기생 ‘경패’ 와 송도유수 ‘이춘화’이다. 무엇작품의진성과 월낭은 신분적 차이를 뛰어 넘어 결혼에 이르게 『청년회하는 것1910년대 개·신작 고전소설류의 애정소설은 고전소설의 사랑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 주인공 남녀는 자유롭게 만나서 부부됨을 약속이들의마침내 결혼에 이르게 『청년회1910년대의 ‘자유결혼’이라는 근대적 가치관을 수용쉘분차이전근대적 애정관에 균열을 가하려는 시도가 만들어낸 결과인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고전소설적 요소가 잔존함으로써 새로운 사상을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적지 않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1920년대 이후 ‘자유연애’ 열풍을 타고 창작된 소설들이다. 『술은 눈물인가 한숨이런가』『신일선의 눈물』『미남자의 눈물』『강명화전』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 작품은 배경이 당대의 현실이라는 점에서 첫 번째 유형의 소설과는 확연하게 구분된다. 또한 소설 속 주인공의 관심은 ‘결혼’이 아니라 ‘연애’이다. 즉 이성을 만나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게 대두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이들 작품은 구체적인 당대의 문제들을 제기한다. 당시『동아일보』를 통해 여러 차례 조명 받았던 ‘강명화’ 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강명화전』은, ‘자유연애’ 의 주인공 ‘기생’ 이 갖게 되는 ‘눈물’ 과 ‘한’이라는 문제를 제기하며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대해 말하고 있다. 또한 ‘교원공산당사건’을 서사적으로 배치하고 있는『술은 눈물인가 한숨이런가』는 1920년대 초반 유행처럼 번졌던 ‘사회주의’ 의 대중적 인식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처럼 1920년대 이후 창작된 애정소설은 당대의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 날카롭게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애정소설’은 각 시대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게 변이되어 왔다. 기본적으로 ‘흥미’와 ‘재미’라는 통속성을 바탕으로 하지만, 당대의 사회문제를 반영하여 제기하고자 했던 저자의 시각은 애정소설의 배면背面에 감추어진 주제의식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애정소설의 통속적 요소에 감추어진 이러한 문제의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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